“나쁜 놈들 많아졌다”…연예인 이어 기업인까지 사칭, ‘짜가’가 판치는 SNS

지난 3월22일 이름과 사진을 도용당한 130여명이 모여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인 송은이씨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는 장면 [사진출처=연합뉴스]

“요즘 저를 사칭해서 여러분들한테 사기 치려는 나쁜 놈들이 있어요”

한 유명 개그맨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를 사칭한 뒤 금전을 요구하거나 불법 투자를 유도하는 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인들까지 사칭 범죄 타깃이 되면서 기업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성 김 현대차그룹 고문을 사칭한 다수의 SNS 계정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으로 임명돼 취임을 앞두고 있다

개인 사진과 프로필을 내건 김 고문 사칭 계정은 페이스북에만 14개 이상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자기소개에 ‘공식 계정(Official Account)’라고 적어뒀다. 허위 사실 적시도 서슴지 않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미국 내 수사기관에도 같은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칭 계정 활동을 방치할 경우 범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고문을 사칭한 한 계정은 현대차 관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개인 정보 등을 캐내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사칭 게시물 탐지 업체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 게시물 중 79%는 주로 SNS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사실상 사칭하면서 팔로워 45만여명을 보유했던 SNS 계정이 대표적이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사칭해 불법 투자를 유도하거나 유재석 씨 등 유명 방송인을 사칭해 다이어트약 구매를 권하던 SNS 사칭 계정이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다.

사칭 계정을 활용한 범죄 피해도 심각한 상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불법 주식 투자 유도 특별 단속 실시 결과 피해건수는 2517건, 피해액은 237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사칭한 SNS 계정에 속은 한국인 여성이 7000만원을 사기당하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의 사칭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연관 범죄로 이어져 사회적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의하면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사칭 계정으로 거짓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는 한층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SNS 파급력이 커진 만큼 ‘사칭 계정 개설’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및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타인을 속이거나 본인이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온라인 상에서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경우에도 처벌을 가능토록 하는 법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상에서 타인 사칭 계정을 개설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에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서비스 제공 플랫폼 등 SNS 운영 업체가 타인 사칭 계정을 발견하거나 신고 등으로 도용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즉시 계정을 정지 또는 삭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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