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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직장 내 괴롭힘’ 호소할 곳 없는 K팝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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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진스 하니가 지난 10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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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규 직원도 아니고, 노동조합도 없다. 노동환경을 보호하는 정부기관도 없다. 그래서 노동 착취가 허용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가 지난 10월20일(현지시각) 보도한 ‘케이(K)팝 스타는 노동자인가? 한국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사에서 세다부 새지(서이지) 부산대 교수가 한 말이다. 비비시는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증언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민원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의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종결 처리한 소식을 전했다. 이어 “너무 불공평하지만 놀랍진 않다”는 새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 연예계는 외모와 행동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고압적인 환경으로 유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돌의 노동자성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다. 현재는 법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어떠한 형태의 조직에 속해 급여를 받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직업군이다.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프리랜서 작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사실상 소속된 조직의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제대로 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왔기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노동계의 오랜 숙제 가운데 하나다. 현재 한국에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속사가 있는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기획사에 소속돼 데뷔하게 되면 기획사가 짜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한다. 근태 관리나 업무 스케줄을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 노동자와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이번 하니의 사례처럼, 조직 안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다. 노동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법의 맹점 때문에 하니가 출석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도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노동문제로 풀기 어렵다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아이돌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1일 대중문화예술 종사자들에 대해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뉴진스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멤버 민지는 입장문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학교든 직장이든 괴롭힘 없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모두에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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