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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계엄의 밤’부터 ‘탄핵소추 가결’까지···치열했던 12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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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 운집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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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부터 윤 대통령 직무정지까지 12일간의 결정적 순간들을 정리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긴박했던 ‘계엄의 밤’


지난 3일 오후 10시 23분, 윤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도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3일 오후 10시 28분쯤이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의 비상계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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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지난 4일 국회 본청 출입을 봉쇄하려는 계엄군과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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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1시부로 발동한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제1호)’가 그날 11시25분쯤 언론에 전해졌다. 경찰은 곧바로 국회 영내로 진입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하고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직원, 기자들의 출입을 방해했다. 국회 밖에선 시민들이 무장한 계엄군을 맨 몸으로 막아섰다. 무장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경내로 진입했다. 헬기도 동원됐다. 국회 본청 안에 있던 야당 보좌진과 직원들은 책상, 소파 등 각종 집기를 쌓고, 소화기를 뿌리고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계엄군 출입을 막았다. 경내 진입이 막히자 우원식 국회의장 등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왔다. 수사기관은 이날 동원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된 군 병력을 최소 1500명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4일 오전 0시47분 본회의를 열고 오전 1시2분 ‘계엄 해제 결의안’을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155분 만이다. 국민의힘 의원 18명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당사에서 소집한 회의에 가지 않고 본회의장으로 와 계엄 해제 찬성표를 던졌다. 4일 오전 1시를 넘어 계엄군 일부가 국회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2시간 뒤인 이날 오전 4시27분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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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회에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천하람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야6당이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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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탄핵안 부결…혼돈의 시간


‘계엄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4일 오후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인 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정지가 필요하다고 돌아섰다.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한 대표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게 결정적 이유였다.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전망에 중대 변수가 생긴 첫번째 순간이었다.

같은 날 오후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면담하고 온 한 대표는 여전히 ‘직무정지 필요’ 입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밤까지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 결국 7일 오후 5시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처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퇴장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안철수 의원과 이후 본회의장에 복귀한 김예지·김상욱 의원만 표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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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제안 설명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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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탄핵안 표결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한 여당은 곧바로 다음 플랜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대표는 탄핵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8일 당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국민 공동 담화를 발표하며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혼란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정국을 수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가 내세운 ‘질서있는 퇴진’이 무색하게 수사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며 분위기는 반전을 맞았다. 검찰과 경찰은 같은 날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하고, ‘계엄 지시자’인 윤 대통령을 형법상 내란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법무부도 9일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특히 검찰이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사실상 윤 대통령을 내란의 수괴(우두머리)로 지목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무실에 근조화환이 배달되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리는 등 표결 불참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도 겪었다.

10일 김상욱 의원이 다음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인 11일 조경태 의원도 탄핵 찬성을 시사했다. 같은 날 김재섭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라고 밝히면서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7일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김예지 의원까지 더해 총 5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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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동료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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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여당 이탈표 ‘매직넘버 8’을 사실상 완성한 건 윤 대통령의 12일 대국민 담화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약 28분 동안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어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친한동훈계인 진종오·한지아 의원이 연달아 탄핵 찬성 표결을 시사했고, 탄핵안의 문턱을 넘기 위한 매직넘버는 ‘1’만 남게 됐다. 앞서 찬성 의사를 밝혔던 김상욱 의원은 본회의 표결 당일까지 국회 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의원들의 찬성 표결을 독려했다.

12·3 사태 11일만에…“시민이 이겼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본회의 개의부터 탄핵안 가결 선언까지 55분이 걸렸다. 오후 5시, 명패함 떨어지는 소리만 울리던 본회의장의 적막을 깨고 야당 의석과 방청석에서 짧은 환호성이 나왔다. 그 시각 국회 밖 여의도 거리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크게 울렸다. ‘내란 없는 세계’를 다시 맞이한 시민들은 부둥켜 안으며 뛰고, 두 손을 모아쥐며 눈물을 흘렸다. 어떤 이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윤석열 퇴진’ 깃발이 함께 휘날리는 순간의 하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배포된 경향신문 호외 1면 제목은 ‘시민이 이겼다’였다.

끝내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던 국민의힘에서도 매직넘버 8을 넘는 최소 12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의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와 대통령실에 각각 전달됐다. 오후 7시24분을 기해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내란죄 피의자’가 된 권력자에 대한 헌법 절차에 따른 ‘파면’ 수순이 시작됐다. 사건번호는 ‘2024헌나8’. 12·3 비상계엄 사태 11일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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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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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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