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의 요건 위헌·위법성
중대한 법 위반 하나만 나와도 파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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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세 번째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두 차례 표결 끝에 14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접수한 즉시 시작됐다. 사건번호와 사건명은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으로 정해졌다. ‘헌나’는 탄핵심판에 붙는 사건부호다. 2024년에 접수된 탄핵심판 사건 중 여덟 번째 사건이라는 뜻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15일 자택에 머물며 각자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전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연 브리핑에서 “16일 오전 10시에 재판관 회의를 소집해 사건처리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변론 준비절차에 회부 및 수명재판관 2명을 지정하고 헌법연구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주심 재판관과 TF 규모는 재판관 회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알릴 예정이다.
‘6명 체제’ 재판관 구성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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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맡게 될 재판관은 6명이다. 대통령이 내정한 재판관은 문형배(문재인 내정)·이미선(문재인 내정)·정형식(윤석열 내정) 등 3명이다. 그리고 대법원장이 지명한 정정미(김명수 지명)·김형두(김명수 지명)·김복형(조희대 지명) 재판관이 있다. 국회 선출 몫 3명이 이번 달 내로 임명된다면 9명 완전체로 심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유일하게 직접 내정해 임명까지 한 정형식 재판관은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정 재판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정경유착 사건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의 제부(여동생의 남편)다. 6명 중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번 탄핵 상황은 진보와 보수 대립으로 보기 어려워 헌재 재판관의 이념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번 탄핵심판은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따지는 것이어서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달리 판단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쟁점은? ‘중대한 법 위반’ 파면사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대상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이다. 발동 요건과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77조 등의 조항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계엄군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것은 국회 기능을 저해하려고 한 것이므로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행위였다는 점도 탄핵소추안 발의 이유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하고, 비상계엄 발표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에 장악 기관을 지시한 내용 등이 2차 탄핵안에 새롭게 담겼다.
탄핵안은 “윤 대통령이 헌법에 부여한 계엄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 군대와 경찰을 동원, 무장폭동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이외에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도 위반했다고 탄핵안에 담았다.
헌법 65조1항은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거치면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 파면한다는 요건을 세웠다. 이 기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결정에서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은 13개 헌법조항 및 원칙 위배, 뇌물죄·직권남용·강요죄 등이 탄핵소추안에 담겼다. 권력형 비리가 주된 탄핵사유였다.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 13개를 4개로 묶었고 이 중 ‘사인(私人)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남용 여부’만으로도 중대한 법 위반이어서 파면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사건에서도 이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다투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비교하면 단순한 편이다. 법조계는 헌재가 형사처벌 대상인 내란죄 혐의 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더라도 요건·절차를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 자체를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보고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본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위배한 것만으로도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파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헌법 질서를 수호·유지하는 제도이지 대통령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아니다”며 “헌법 위반 하나로도 파면 결정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2·12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주장하면서 법리 다툼하겠다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인가”라며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외교권 행사와 같이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진행될 탄핵심판 재판에서 같은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소추안에 내란죄에 대한 언급이 있고, 윤 대통령도 법리 논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내란죄 부분으로 다투기 시작하면 시간이 꽤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 측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이유 등으로 내란죄 부분에 집중해 대국민 담화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편다면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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