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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한동훈, 내일 사퇴 기자회견···당대표 5개월 만에 한계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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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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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당대표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진출한 지 약 1년 만, 당대표로 선출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그는 당을 이끌며 보수 진영 대권주자 1위로 부상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오락가락하며 자충수를 둔 데다, 허약한 당내 기반 속에 친한동훈(친한)계 일부도 등을 돌려 위기 국면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친한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당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친한계를 포함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의를 밝히면서 더 이상 당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은 전날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사의를 밝혔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최고위원도 포함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도록 한다. 한동훈 지도부가 와해한 데는 친한계 최고위원들의 사의 표명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초 한 대표 측은 친윤석열(친윤)계 선출직 최고위원이 3명인 점을 감안해, 장 최고위원과 진 최고위원을 내세워 지도부 체제 안정화를 꾀했다. 그러나 친한계 최고위원들도 ‘한동훈 지도부 해체’를 택했다.

전날 의총에서 친윤계와 영남·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표를 향한 탄핵 책임론이 빗발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맞선 친한계 의원도 찾기 힘들었다. “대통령은 하야를 거부했는데 탄핵도 하지 말자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긴가(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계엄은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 책임은 한동훈 대표보고 지라 한다(박상수 대변인)” 등 원외 친한계 인사 일부만 한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 친한계 의원은 15일 통화에서 “지도부가 이미 무너졌다”며 “좋은 분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대위가 꾸려지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친한계 의원 대다수는 한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추진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2차 탄핵안 표결에서 여당에서 나온 이탈표는 12표로 추정된다. 친한계 의원 규모가 20여명으로 추산돼 온 데 비춰보면 적은 수치다. 탄핵에 공개 찬성한 의원 중 친한계는 한지아·진종오·조경태 의원 등 3명에 불과했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을 주장했으나 친한계 의원 대부분이 따르지 않은 셈이다. 친한계 고동진·박정훈·배현진·우재준 의원은 공개적으로 탄핵을 반대했다.

한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일관된 잣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점도 위기를 부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앞서 한 대표는 탄핵에 대한 입장을 세 차례 뒤집었다. 위헌 논란이 제기된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를 발표하며 국가 위기상황에서 수습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 대표가 입장을 오락가락 바꾸면서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정치적 기반을 확장하지 못한 점도 위기를 심화하는 원인이 됐다. 한 대표가 평소 친한계를 제외하고 자당 의원들과 스킨십이 부족하고 특유의 직설적 화법도 지지 기반을 쌓는 데 장애물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표가 전날 탄핵안 가결 이후 의총에서 “내가 계엄을 했느냐” “내가 투표했느냐”고 발언해 의원들의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거취에 대해 “최고위원 다섯분이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며 “한 대표께서 깊이 숙고를 하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물러난 뒤 탄핵을 반대한 친윤계가 당을 장악하면 여당의 쇄신이 더욱 요원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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