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재일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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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한국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14일 오후 5시께 일본 도쿄 신주쿠역 앞. 소형 스피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500여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리가 이겼다”는 탄성과 함께 신주쿠역 앞 도로는 축제 장소처럼 변했다. 때마침 스피커에서 ‘아모르 파티’가 흘러나오자 참석자들은 빨강, 노랑 ‘탄핵 응원봉’을 흔들며 흥겹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최근 ‘엠제트(MZ) 세대의 민중가요’로 불리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이어지면서 흥을 돋웠다. 한 참석자는 연단에 올라 “이제 내란수괴 윤석열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며 “이런 일을 이뤄낸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환호했다. 일본인 한 참석자도 연단에 올라 “(탄핵안 가결을) 축하한다”며 “한국인의 힘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고 응원했다. 집회 현장에는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가 해냈다”는 구호가 이어졌다.
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재일 한국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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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쿄 윤석열퇴진집회추진연합’이 마련한 집회에는 학생, 직장인, 연구자, ‘워홀러’(워킹 홀리데이 비자 거주자) 비롯해 아이를 데리고 나온 평범한 재일 한국인들이 순식간에 신주쿠역 남쪽 출구 한쪽 출구를 가득 메웠다. 조직화된 단체조차 없이 ‘탄핵 가결’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한 이들이 집회를 준비하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알렸다. 하지만 투표가 시작되는 4시께가 되자 신주쿠 남쪽 출구 바깥 통행로 3분의1 정도가 집회 참석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 곁에서 일본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여성단체 대표 등이 연대의 뜻을 함께 했다.
이곳에는 탄핵소추안 표결이 시작되기 1시간여 전부터 역사적인 현장을 같이 하려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민주주의를 위해 연대해주십시오!” 소형 스피커와 휴대용 확성기를 통해서 연신 이런 호소가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에 총책임자이자 사회를 맡았던 ‘세세’는 “지난 12월 3일 한국에서 내란수괴 윤석열이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며 “윤석열의 탄핵 순간을 같이 지켜보자”고 호소했다.
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재일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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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행사가 재일 한국 학생들을 중심으로 마련되면서, 집회 현장은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발랄함이 넘쳐났다. 크리스마스 캐롤 ‘징글벨’에서 ‘종소리 울려라’라는 가사를 ‘탄핵벨 울려라’로 개사해 부르는가 하면, 케이팝 그룹 ‘세븐틴’의 부석순이 부르는 ‘파이팅 해야지’를 ‘탄핵 해야지’ 등으로 바꿔 노래해 눈길을 끌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같은 옛 민중가요부터 1990년대 유행했던 ‘바위처럼’,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가로 인기가 높은 ‘질풍가도’까지 어우러진 가운데 탄핵 가결 소식이 더해져 축제 같은 현장이 됐다. 진행자들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자 일부 참석자들이 마이크를 물려받아 연단에서 함께 노래를 이끌기도 했다.
박철현 재외국민 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은 “내란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왜 탄핵돼야 하는지 알 것”이라며 “탄핵이 가결되는 순간을 일본 신주쿠에서 같이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손형근 재일 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의장도 ““오늘 집회를 준비한 학생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이 학생 청년들이 우리 한국의 미래와 희망”이라며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바로 반국가세력이다”고 말했다.
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열린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참석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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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를 기획하고 이끈 ‘도쿄 윤석열 퇴진시위 추진연합’은 일본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되자, 1차 탄핵소추안 투표가 이뤄지는 이날 일본 현지에서도 탄핵 촉구를 위한 집회를 계획했다. ‘세세’는 “추진 연합은 학생·직장인·워홀러(워킹 홀리데이 비자 거주자) 등 평범한 이들이 도쿄에서 목소리를 내보자는 일념 아래 급히 만든 모임”이라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직을 결정하고, 팀원을 소집하고, 각기 맡은 일을 수행하면서 일주일만에 도쿄 도심에서 500명 규모의 시위를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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