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에서 녹화한 대국민 담화
공직자에 “맡은 소임”, 정치권에 “배려의 정치” 당부
적막에 휩싸인 대통령실…“환영합니다” 전광판도 꺼져
尹, 법률대리인 선임하고 수사·탄핵심판 대비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한남동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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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후 한남동 관저에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지켜봤고, 가결되자 곧바로 대국민 담화를 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6시8분쯤 출입기자단에 윤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배포했다. 200자 원고지 11장 분량의 발언 자료와 여상, 사진을 배포했을 뿐, 앞선 담화와 마찬가지로 사전 공지는 없었다. 이날 담화 영상은 한남동 관저에서 별도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담화 영상을 공식 유튜브 ‘윤석열’ 채널에 곧바로 게시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헌정사상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오늘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2021년 6월29일이 떠올랐다”며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다”고 전임인 문재인 정부를 탓했다.
윤 대통령은 “차분히 어려운 사정을 챙겨 듣고 조금씩 문제를 풀어드렸을 때, 그 무엇보다 큰 행복을 느꼈다”며 경제활력, 원자력발전소 수출, 4대 개혁, 글로벌 외교 지평 등을 성과로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으나, 이날 담화에서는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사과는 없었고, 자신의 소회와 공직자와 정치권에 당부만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며 대통령 권한 대행을 중심으로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정치권에는 “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문화와 제도를 개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습니다”라며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대통령실은 적막감에 휩싸였다. 국회 표결이 있던 14일에는 대통령실 직원 다수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국회 상황과 여론을 살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주요 참모진과 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이 가결된 후에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오는 입구에 ‘대통령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전광판 문구는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바로 꺼졌다.
김민기 국회사무처 사무총장 등 국회측 인사 5명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서를 이날 오후 7시24분 용산 어린이정원 내 회의실에서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 위임장을 지참했고, 문서를 확인한 후 국회측에 수령증을 전달했다. 이로서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체제로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당분간 한남동 관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지만 거처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경호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직무 정지와 관계없이 기존대로 유지된다.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와 향후 진행되는 탄핵 심판에 대비한 법리 검토 및 대응 준비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으며, 조만간 법률대리인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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