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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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민의힘 지명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사퇴하면서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됐다. 친윤석열계 권성동 원내대표는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다”고 밝혔지만, 친한동훈계 박상수 대변인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아 당대표 권한대행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탄핵안 가결의 책임 공방이 당권을 둘러싼 당 내부의 격한 내홍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열린 당 비공개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탄핵을 남발하거나 입법 독재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일을 하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국민의힘은 그를 재신임하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이심전심으로 재신임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탄핵 반대 당론’을 어기고 가결에 힘을 보탠 의원들을 성토하는 목소리와 함께,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대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고 한다. 한 대표는 ‘탄핵 반대 당론을 따랐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반발에 “제가 투표했냐. 전 공개적으로 의견을 밝혔고, 헌법기관이 투표해서 나온 결과”라고 반박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또 한 대표가 “비상계엄은 내가 하지 않았고,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자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계엄을 못 막은 건 당대표 책임”이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7·23 전당대회 때 선출된 친윤석열계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했다. 당헌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이상 사퇴하면 당 지도체제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진종오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의원들이 보인 격앙된 반응에 사퇴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이미 공개적으로 밝혀왔고, 친윤계는 이를 고리로 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해 한 대표를 물러나게 한다는 구상을 해 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오늘의 사태는 당내 분열책동으로 인해, 보수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면죄부를 헌납한 꼴”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그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즉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고 적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한 대표도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저는 이 심각한 불법 계엄사태를 어떻게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리하려고 노력했고, 조기 사퇴를 비롯한 질서 있는 퇴진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무산됐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정지시키고 상황을 정상으로 빨리 되돌리려면 탄핵안 가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 저는 제가 할 일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거부해 탄핵안 가결을 자초한 것일 뿐,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진행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통화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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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계 박상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헌상 최고위원 4인 사퇴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직무대행 발동 요건이 아니라 비대위 구성 요건”이라며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대표 ‘사퇴 또는 궐위’ 때 가능하다. (하지만) 당대표는 아직 사퇴하지 않았으므로 당대표 권한대행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지도부’가 무너져 비대위 체제로 가는 건 맞지만,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았으므로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는 성립할 수 없으며 비대위원장은 한 대표가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권한대행 문제나 비대위원장 임명권, 즉 당권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고 12·3 내란사태에서 민심도 크게 잃은 한 대표가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당내 여론도 한 대표에게 크게 불리한 상황이다. 한 대표가 의총장을 떠난 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도부 총사퇴 요구 결의안’을 거수 표결에 부쳤다. 의총장에 남은 의원 93명 가운데 73명이 찬성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적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의원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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