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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盧 존경한다던 尹…너무나 다른 두 대통령[이승환의 노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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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 아는 '내란 혐의' 대통령 한 명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 왜 피해 보나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윤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가 나오고 있다. 오른쪽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2024.12.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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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서울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 씨(50대)는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이다. 총경은 시도경찰청 과장급·일선 경찰서 서장급 간부 계급이다. 경찰은 '계급 정년'이 있어 아무리 총경이라도 11년 내 승진하지 못하면 제복을 벗어야 한다. A 씨는 계급 정년까지 3~4년 남았지만 올해가 가장 유력한 승진 시기였다. 성과도 좋았고 직원들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사고만 안 치면 A 씨는 올 연말 경무관(총경 바로 위 계급)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지난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A 씨를 둘러싼 장밋빛 전망을 잿빛 전망으로 바꿔 놓았다. 대통령이 초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대통령과 경찰 간부 인사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경찰공무원법 제7조 제1항은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또는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해양수산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규정한다.

A 씨가 승진하려면 경찰청장이 있어야 하고 행안부 장관이 있어야 하고 국무총리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지호 현 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내란동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경찰청장이 임기 중 구속된 것은 조 청장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측근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사퇴한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있지만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은 14일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절차상 총경 승진 인사 때 결재해야 하는 4명 중 3명의 직무가 정지된 것이다.

청장이든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대행 체제가 이뤄지면 경찰 승진 인사도 어떻게든 진행되기는 할 것이다. 문제는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경찰 승진 인사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다. A 씨는 현 청장 체제에서 약진한 인물이다. 그런데 조 청장이 내란 동조자로 지목됐다. A 씨는 유탄을 맞을까 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경찰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조직을 걱정했다. 그는 집안에선 평범한 가장으로 올해 수능을 본 자녀의 아빠이다.

윤 대통령의 밑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밑에 있는 사람, 또 그 밑에 있는 사람, 그 밑에 밑에 있는 사람까지 비상계엄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부 견제가 심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었다.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는 초유의 계엄으로 '통치'하려는 윤 대통령의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안이 가결된 14일까지 총 12일이 걸렸다. 이 '12일 동안'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가장 절망했던 것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4차 대국민 담화를 본 직후였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했던 허무맹랑한 '선거 조작 의혹'을 언급하면서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고초를 겪는데도 책임지겠다는 메시지가 4차 담화문에 빠져 있었다. 외려 본인만 살아남겠다는 의지만 읽혔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이 4차 담화에 다음 내용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제 부하들은 저의 계엄 지시를 수행한 죄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추궁하려면 저에게 해주십시오. 비상계엄으로 국민께 불편과 불안을 안겨드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탄핵과 사법적 책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렇게 '책임지겠다'고 말했다면 여론은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자신밖에 모르는 대통령 한 명 때문에 왜 대한민국 전체가 불안에 떨고 혼란을 겪어야 하며 피해를 봐야 하는 걸까. 특히 측근들은 윤 대통령이 저승사자처럼 느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임을 자처했다. 노 전 대통령도 임기 중인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적 있다. 다만 탄핵안 가결 후 여론은 대통령과 여당 지지로 돌아섰다. '파면하고 구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윤 대통령 탄핵 때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63일 뒤인 2004년 5월 14일 헌재에서도 국회의 탄핵소추가 기각돼 노 전 대통령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으로 복귀했다.

노 전 대통령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며 모든 책임을 감당하려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안타까운 선택을 했지만 그 후 측근들은 정치판과 관료 사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참여정부 시절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도 공과가 있고 참여정부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국민에게 고개 숙일 줄 알던 지도자였다. 독재자 기질이 다분한 윤 대통령과 대치되는 민주주의적 지도자였다.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맞섰을 것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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