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측 "尹이 준 문건, 국방부 사용 양식…'계엄 지연' 전화"
"진실 얘기하니 마음 편해"…혈액암 투병으로 진료 후 복귀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관련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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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남해인 김민수 홍유진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법관의 위치 추적을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도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를 맡은 노정환 변호사는 13일 오전 9시 20분쯤 기자들과 만나 "(조 청장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이 포함된 15명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위치 추적 15명 요청, 주요 국회의원 체포 지시 받아
노 변호사는 "15명 명단을 방첩사령관이 불러줬는데, 이 중 1명은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고 들었다"고 했다.
여 사령관은 홍장원 국정원 1차장과 조 청장에게 주요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위치추적을 요청했음을 인정한 바 있다. 위치추적을 요청한 명단에는 이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3시간 전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 가옥으로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불러 국회 등 계엄군이 장악할 기관을 적어 전달하고, 계엄 발표 이후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요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종북 세력'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고 조 청장 측은 밝혔다. 노 변호사는 "(지난 3일)오후 7시 20분에 정확히 5분간 대면했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국회 탄핵', '종북 세력' 등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굉장히 결연한 목소리로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5분 동안 설명하고 A4 용지를 주고 갔다고 한다. 접수할 기관이 10곳 정도 있었고, 조 청장은 이 용지를 찢어버려서 어느 기관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제일 먼저 비상계엄 선포 시간, (기관 목록으로는) 국회가 있었고, 언론사는 MBC와 다른 곳도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여론조사 꽃도 있었다"고 했다.
"尹이 준 문건, 국방부 사용 양식…12·3 당일 '계엄 늦어지고 있다' 전화 받아"
조 청장 측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문건 양식이 국방부에서 사용하는 양식이라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양식은 국방부 양식으로 보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경찰은 '22:00'로 표현하는데 국방부는 '2200'으로 쓰기 때문에 문건을 보고 바로 국방부 문건으로 이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자신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변호사는 "방첩사령관에게 전화가 와서 받은 세 가지 지시 사항은 안보 수사관을 100명 달라는 것, 정치인 15명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달라는 것, 선거관리위원회 3곳에 군 병력을 배치할 건데 경력을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선관위에는 경력 지원하라고 지시한 뒤에 다만 차량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고 위치 추적은 명백하게 거부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계엄 해제 후에는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을 때 "죄송하다"고 했고, 여기에 윤 대통령은 "조 청장 덕분에 빨리 끝났다, 고생했다"고 말했다고 조 청장 측은 밝혔다. 노 변호사는 "전화를 받고 조 청장은 본인의 지시 불이행이 국회 해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걸 윤 대통령도 알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로는 '역시 우리 대통령은 대인배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 변호사는 "녹취 여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특수단은 전날 새벽 3시 43분쯤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조사 중 긴급체포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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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계엄 지연' 전화…조 청장, 아내에 '계엄 말이 되냐' 탄식
아울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윤석열 대통령 휴대전화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비상계엄이 늦어지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3일 조 청장에게 전화한 적 있는지' 물음에 "있다. 계엄이 늦어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9시 40분쯤 조 청장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25분쯤 비상계엄을 발표했다.
아울러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 안전 가옥에 다녀오고 난 뒤 아내에게 "말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 변호사는 "조 청장 아내가 집에 있는데 남편이 오후 7시 50분쯤 공관으로 귀가했는데 언성을 높이면서 들어오고,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비상계엄이 말이 되냐' 말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가옥 방문 사실에 대해)대통령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얘기를 못 한 거고, 결국 나올 얘기라고 생각해서 2차 조사 때 다 털어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청장이 부인에게 '진실대로 모두 얘기하고 나니 마음이 참 편하다. 당신 말대로 사실대로 다 얘기했다' 이런 내용의 문자를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혈액암 2기를 올해 1월 진단받고 투병 중인 조 청장은 전날 구금 중 병원 진료를 받았다. 노 변호사는 "어제 경찰병원에서 입원을 권유했는데 묵묵히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유치장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11일 새벽 김 서울청장과 함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은 후 긴급체포 됐다. 경찰 특수단은 12일 오후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3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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