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식단을 유지하면 무릎 관절염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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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 식품은 허벅지 근육을 약화시켜 골관절염 위험을 높인다.’
지난 12월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 방사선 학회(RSNA) 연례 회의에서 튀르키예 앙카라 대학교의 방사선 전문의인 제라 아카야 박사팀이 발표한 논문의 요지다.
초가공식품은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이다. 주로 맛, 편의성, 저렴한 비용을 위해 제조되며 영양가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초가공식품에는 향미 증진제, 식품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 설탕과 같은 첨가물과 변성 전분 및 수소화 지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변성 전분은 전분에 열, 산, 알칼리, 효소 등 소량의 화학물질을 넣어 전분을 열에 강하게 만든 것이다. 또 수소화 지방은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을 생성시키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초가공식품이 몸에 좋지 않다는 논문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지난 12일에도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비만 아동·청소년에서도 대사이상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을 규명했다.
하지만 제라 아카야 박사팀은 새롭게 초가공식품과 골관절염의 관계에 주목했다. 골관절염은 관절 중 하나 이상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염증은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펀지 같은 물질인 연골을 악화시킨다. 염증은 너무 과중한 체중 탓에 마모가 심해지거나, 관절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는 근육들이 느슨해지면서 일어날 수 있다. 골관절염은 가장 흔한 형태의 관절염이며 노년층에 더 흔하다.
제라 아카야 박사팀은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 등에서 모은 666명의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했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60살이었으며, 성별로는 남성 455명, 여성 211명으로 남성이 많았다. 참가자의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7이었고, 아직 골관절염이 발병한 사람은 없었다. 체질량지수는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5가 넘으면 비만으로 간주하지만, 미국에서는 30이 넘어야 비만이다.
아카야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초가공 식품이 많이 함유된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허벅지 근육에 지방 축적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축적된 지방들은 그 만큼 근육섬유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근육은 물러지고, 관절을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어려워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연골 보호 기능이 약해지면서 골관절염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아카야 박사팀은 “다행히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을 줄이면 다시 근육이 재생되고 강해진다”며 “이에 따라 연골을 강화하고 관절을 보호하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손상된 관절은 복구할 수 없다고 한다.
관절 손상은 불량한 식단 이외에도, 활동 부족, 부정확한 앉은 자세, 과체중 및 비만 등도 주요 위험 요소이 된다. 건강한 식단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활습관도 관절 보호에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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