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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한강 “한국, 절망적 상황 아냐…시민들 진실·용기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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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연극 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낭독자로 나선 작가 한강. 사진 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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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작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각) “밖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이)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며 “시민들이 보여준 진실과 용기 때문에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노벨 주간의 마지막 날이기도 한 이날, 한강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연극 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행사는 노벨상과 관련한 한강의 마지막 공식 행사로, 대담 진행을 맡은 스웨덴의 번역가 유키코 듀크가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했느냐”고 묻자, 답변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이날 한강을 보기 위해 모인 스웨덴 시민들은 720석 규모의 극장을 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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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연극 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를 찾은 관객들. 3층 발코니까지 한강 작가를 보기 위해 온 스웨덴 시민들로 가득 찼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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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무거운 질문에 대한 분위기를 잠시 전환하려는 듯 “어찌됐든, ‘굿 이브닝(Good evening)’”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은 뒤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지난 5일 (스톡홀름으로) 출국한 이후 그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텐데, 노벨 주간을 보내면서 지금 상황에 제대로 알진 못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실과 용기 때문에 감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정이 넘은 시각에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집에서 달려나가서, 모여서,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 서 있기도 하고, 맨주먹으로 아무 무장도 하지 않은 채 군인들을 껴안아 달래기도 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렇듯 낭독에 앞서 진행된 대담에서는 국내의 상황과 더불어 광주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한강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밤 달려나간 사람들 중엔 광주의 기억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는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많이 가셨다”며 “(5·18) 당시엔 언론이 통제됐지만, 나중에 많은 사람의 노력을 통해 진실이 알려져서,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 때문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갖고 행동할 수 있던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한국인들의 노력으로 폭력을 막고 상황이 신속히 안정된 데엔 책 ‘소년이 있다’의 영향이 있지 않으냐는 취지의 질문엔 “제 책이 아주 약간은 젊은 세대분들에게 광주로 가는 진입로 역할을 해 줬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건 좀 과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어했다. 하지만 “시위 현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제 책(소년이 온다)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봐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소년이 온다의 집필 계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한강이 “40, 42살이 됐을 때 광주에 대해 쓰기로 했다”고 말하자 유키코 듀크는 “독재자의 딸”이자 “전두환과 가까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가 되는 상황 등 정치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한강은 “(그것도) 또 하나의 동기가 될 수 있겠다”고 인정했다. 이어 “책 ‘희랍어 시간’을 출간한 뒤 다음 책을 쓰려고 했을 때 내면에서 저항이 느껴졌다”며 “제 내면을 계속 파고 들어가 보았을 때 광주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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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연극 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 사진 장예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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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에 대한 대화를 마친 뒤엔 ‘흰’과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속 주인공들을 되짚으며 작품에 관한 한강의 생각을 나눴다. 그는 마지막 순서엔 자신이 쓴 “유일한 러브스토리”라며 희랍어 시간의 일부를 한국말로 낭독했다. 스웨덴 배우 카린 퀼뢰프가 스웨덴어로 한강의 목소리를 뒤이어 따라갔다. 낭독이 끝난 뒤엔 700명 넘는 관객이 한강을 향해 박수 갈채를 보냈다. 꽃다발을 건네받은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웨덴인 프리다(25)는 “한강이 광주에 관해 말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한국의 과거사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그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한강의 관점은 매우 통찰력 있게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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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연극 극장에서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가 끝난 뒤 한강 작가가 무대로 모인 시민들에게 친필 사인을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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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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