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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사설] 내란죄 피하려는 윤 대통령의 궤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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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음모론 빠져 사회·진영 갈등 조장
직무 정지 위한 국회 탄핵 시급함 확인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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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두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온 국민이 목도한 반헌법적 계엄을 "망국적 국정 마비 상황에서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 동시에 내란죄 혐의를 부인했다. 그릇된 판단으로 국가를 전방위적 위기로 빠뜨린 것에 대한 성찰과 참회 없이 자기 안위만을 위한 변명과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본다. 국회가 탄핵을 통해 대통령 직무를 시급히 정지시켜야 하는 이유가 보다 명확해졌다.

윤 대통령은 어제 30분가량의 대국민담화에서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거대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라고도 했다. 야당의 입법 폭주가 계엄 명분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산 삭감, 탄핵소추 발의 등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정당한 견제수단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할 계엄 선포 요건인데도 단순히 '야당 경고'를 위해 정치인 체포와 선관위 서버 확보 계획을 세워 군을 동원한 건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위헌·위법 행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조차 윤 대통령 담화를 "내란죄 자백"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계엄 선포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및 수사·재판 과정에서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고, 국회 질서 유지를 위해 군을 한두 시간 투입했을 뿐"이라며 "두 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있느냐"며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해제 요구를 의결하는 본회의를 열기 위해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들어간 장면은 무엇인가.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특수전사령관의 증언 등 내란죄 구성요건에 부합하는 증거는 넘친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 등에 대한 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국헌 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란 수괴 혐의자가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판단하려는 것은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그러한 주장은 대국민담화가 아니라 국회 탄핵 이후 헌재 심판이나 재판 과정에서 하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 참담한 것은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음모론에 빠진 모습이다. 야당을 종북·반국가세력으로 인식하고 4·10 총선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통치자로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없음을 보여줬다. 이를 땔감 삼아 진영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다분히 엿보인다. 지난 7일 담화에선 2선 후퇴 의사를 보였던 윤 대통령은 어제 담화를 계기로 국무회의 의결 법안을 재가하는 등 권한 행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위험한 사고를 가진 대통령으로부터 국군 통수권을 포함한 국정 운영 권한에 대한 접근을 하루라도 빨리 막는 것이야말로 국가 정상화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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