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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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라면서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며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우리 헌법과 법 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란죄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은 민주당의 패악을 경고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그래픽=김현국 |
◇국회 기능 마비 등 ‘국헌문란’의 목적 입증돼야
하지만 경고용이라고 하기에는 계엄 당일 그 수위를 벗어나는 상황들이 국민이 보는 앞에서 펼쳐졌다.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들어갔고, 무장한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관에 진입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입법부 무력화를 위해 군경을 국회에 투입하고, 정치인 체포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내란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병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의 권한 행사를 제한하려 했다면 그 자체로 ‘국헌문란’이라는 목적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는 범행 실행 자체만으로 혐의가 성립하는데 국회에 병력이 투입됐다”면서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윤 대통령 말은 ‘2시간만 감금했으니 감금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면 소규모 병력이 투입됐고,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데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즉시 받아들인 점 등을 보면 국헌문란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황정근 변호사는 “국회 해산 시도 등은 헌법에 위반돼 탄핵 사유는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폭행·약탈·협박 등이 없었던 만큼 내란 혐의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국회 진입·정치인 체포 지시” 쏟아지는 증언들
그러나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이 국회 진입, 정치인 체포 등을 지시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전화해 ‘빨리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했다. 12일 구속영장이 신청된 조지호 경찰청장도 “윤 대통령이 수차례 전화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체포 대상 정치인 10여 명의 명단 등을 건넸다는 진술도 경찰이 확보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도 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증언들에 대한 입장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을 보면 수사 과정에서도 국회 봉쇄나 정치인 체포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2·12 군사 반란 등으로 권력을 빼앗아 내란죄 처벌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달리,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내란을 통해 얻을 실익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가담자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윤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수사를 통해 내란의 목적과 실행 과정 등이 규명되기 전에는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란죄
형법 87조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이 조항의 국헌 문란은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법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상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기능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내란의 총책임자인 우두머리(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무기금고에 처해진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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