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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미국 내주 금리 인하”…알지만 할게 없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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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금리 딜레마



지난달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에 부합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직격탄을 맞은 한국은 외국인 투자금 이탈 우려가 커, 추가 금리 인하를 놓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2.7% 올랐다고 발표했다. 10월 CPI 상승률(2.6%)보다는 소폭 커졌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 예상치에는 부합하는 수치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이 역시 전문가 예상치와 일치한다.

그간 미국 CPI 상승률을 이끌었던 주거비 압력이 소폭 낮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실제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미국 주거비 상승률은 4.7%로 지난 10월 상승률(4.9%)보다 소폭 떨어졌다. 지난 2022년 1월(4.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주거비 중 그간 가장 떨어지지 않았던 항목인 ‘자가 소유자의 주거비(owners’ equivalent rent)’가 전월 대비 0.2% 오르는 데 그치면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CPI 상승률이 예상치에 부합한 데다, 주거비 상승세가 둔화세로 접어들자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의 확실시 됐다. 12일 오후 5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예상한 이달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98.6%로 CPI 발표 직전 확률(88.9%) 비해 급등했다.

미국 경제가 좋은 경기 상황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계속 둔화하는 이른바 ‘골디락스’ 상태를 보이자, 시장도 환호했다. 이날 뉴욕 증시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7.65포인트(1.77%) 오른 2만34.89에 거래를 끝냈다. 나스닥 지수가 2만 선을 넘어선 것은 197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9.28포인트(0.82%) 오른 6,084.19에 거래를 끝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지속하면서, 다른 국가도 따라서 금리를 내리고 있다. 특히 이날 캐나다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기존 3.75%에서 3.2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데다, 미국 금리 인하로 자본 유출 부담을 덜면서 경기 부양 쪽으로 확실히 힘을 실은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내수부진에 빠진 한국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 하지만 탄핵 정국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분위기는 부담스럽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주가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로 전 거래일 대비 0.3원 오른 1431.9원에 마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원화 가치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긴 1430원대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내수 부양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낮춘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과 만나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지금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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