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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대치동 학원 유치" "2억 보장"…한남4구역 잡기 파격 수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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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조감도.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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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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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두고 맞붙은 업계 1·2위(시공능력평가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경쟁이 과열 분위기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연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조합원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20일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상업시설에 의료·교육·문화시설 등 관련 브랜드 약 80곳과 입점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명성이 높은 아이가르텐·청담어학원·MCC에듀케이션 등을 입점시켜 단지 내에서 유아 교육부터 국제학교 입학, 유학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청사진이다. 강남 유명 병원브랜드인 리젠메디컬그룹과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메디컬에이아이로부터 입점 의향서도 받았다. 상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면 최초 일반 분양가로 100% 다시 사들일 계획이다.

같은 날 현대건설은 조합 측에 ‘5대 확약서’를 제출하며 ▶공사비 절감 ▶금융비용 최소화 ▶공사 기간 단축 ▶상업시설 수익 확대를 통한 분양수익 극대화 등을 제안했다. 조합원당 1억9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현대건설 측 주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통해서만 조합원 가구당 72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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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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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1조6000억원...17년 만 서울 ‘리턴매치’



수주전이 과열되는 것은 한남뉴타운 내 사업지 중에서도 조성 가구 수(2331가구)에 비해 조합원 수(1160명)가 적고, 총 공사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등 사업성이 좋아서다. 삼성물산의 경우 5개 구역(1구역은 존치관리)으로 나뉜 한남뉴타운에서 아직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해 이번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건설은 5990가구의 한남3구역에 4구역을 재개발해 8000가구 규모를 자랑하는 한강 변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삼성물산은 단지명으로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을,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한강‘을 내걸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들의 맞대결은 2007년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에는 현대건설이 수주해 ‘이수 힐스테이트’가 들어섰다. 건설업계에서는 “1·2위 업체가 자존심 싸움을 크게 벌이는 중”이라며 “전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연일 쏟아내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우선 양측은 조합원들의 공사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고 제안 중이다. 원자잿값·환율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 중인데도 양 사 모두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940만원)보다 낮은 금액을 입찰가로 써냈다. 양사가 지금까지 조합에 제시한 조건을 살펴보면, 공사비·공사기간 등에서는 현대건설이, 이주비·추가분담금 등에서는 삼성물산이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평당 공사비 881만4300원, 총 공사비 1조4855억원을 제시했지만, 삼성물산은 평당 공사비 938만3000원, 총 예정 공사비 1조5695억원을 내놓았다. 다만 삼성물산은 당초 계획(2331가구)보다 많은 2360가구로 29가구를 늘려 매출을 340억원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공사시간은 현대건설이 총 49개월(본공사 43개월)을 제안했고, 삼성물산은 총 57개월(본공사 48개월)이다.



조합원 한강 조망권 보장...프리미엄 극대화



이주비·분담금 등은 삼성물산의 조건이 다소 유리하다. 삼성물산은 이주비로 자산평가액의 담보인정비율(LTV)인 50%에 추가 100%를 더해 총 1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구당 최저이주비는 12억원이다. 현대건설은 기본 LTV 50%에 추가로 50%를 더해 총 LTV 100%를 제시했다. 또한 삼성물산은 자산평가액이 분양가보다 높아 환급금이 발생하는 조합원에게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이내 100% 환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분양계약 시 50%를 우선 지급하고, 중도금 때 30%, 입주 시 20%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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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조감도.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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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이치 한강 시그니쳐 타워.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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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조망권과 디자인은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 협업해 한강 변에 배치된 4개 동에 층별로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의 디자인을 적용해 한강 조망권을 극대화했다. 삼성물산 측은 “특허 출원한 디자인으로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세계적 건축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손잡았다. 자하 하디드는 여성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3차원 경관심의 기술공모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적용해 조합원 전 세대에게 탁 트인 조망을 약속했다.



압구정3구역 수주 전초전 성격



부동산 업계에선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수·압구정·여의도 등에서도 수주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건설사 임원은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수주의 전초전 성격으로, 양측이 무리해서라도 시공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 과정에서 무리하게 제시한 조건들이 조합원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았는데,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들도 있어 자칫하면 향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일대에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은 다음 달 3일 합동 설명회를 열고 같은 달 1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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