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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HBR 인사이트]해고의 부작용 줄이려면,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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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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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고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2024년 말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인튜이트, 델 등 글로벌 기업에서만 1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리더는 해고라는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이 문제의 답은 아닐 수 있다.

해고는 빠르고 효율적이며 유연한 운영을 위한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해고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회사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지출 조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직원 참여도, 사기, 충성심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런 부정적 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해고가 직원 참여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호주의 직원 분석 플랫폼 컬처앰프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해고를 단행한 146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해고 후 핵심 영역에서 직원 경험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대한 신뢰는 16.9%포인트, 경력 기회에 대한 믿음은 12.1%포인트,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10.5%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직원 경험의 회복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2020∼2022년 단행된 해고 후 직원 참여도가 회복되기까지 평균 12∼18개월이 걸렸다. 2023년 해고의 경우 필수 인력을 새로 채용해야만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구진은 그 기간도 18∼24개월로 더 길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해고는 참여도와 사기를 1년 이상 떨어뜨린다. 이는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해고 당시 재직 중이던 직원의 경우 2년이 지나도 업무 몰입이나 참여도가 해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해고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업은 더 인간적인 해고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첫째,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설정하고 장기적 충격을 예상해야 한다. 해고를 통해 단기적 재정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회사 신뢰도와 직원 몰입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둘째, 초기부터 변화의 소통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기업은 더 나은 성과를 얻는다. 직원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리더의 명확하고 솔직한 소통이 중요하다.

셋째,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는 시도를 피해야 한다. 직원도 사람이다. 어려운 변화를 겪은 후 더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대신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작업을 줄여줘야 한다.

넷째, 퇴사 과정을 사려 깊게 관리해야 한다. 해고는 인사관리 담당과 경영진에겐 오랜 계획의 결과물인 반면 직원에게는 갑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이메일 확인이나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몇 분 만에 중단된다는 것이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안상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민감하지 않은 시스템이라면 직원이 퇴사 직전까지 접근해 동료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소식을 전할 시간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퇴사 이후의 단절감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 관계는 계약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호주의 직원 관계 전문가인 에스더 페렐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과 같아 이를 처리하고 애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때로 해고는 불가피하다. 회사 생존 및 남은 직원을 위해 해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직원이 해고를 당한다는 것이 단순히 직장만 떠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했던 동료도 떠나는 고통스러운 과정임을 고려해야 한다.

해고된 직원은 흔적을 남긴다. 사내 게시판이나 협업 도구에 남겨진 이름이나 그룹 프로젝트 과업에 남겨진 이메일 알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디지털 흔적은 떠난 이들의 부재를 상기시킨다. 일부 조직은 직원이 퇴사 후에도 계속 회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옛 동료로 구성된 온라인 그룹을 운영하기도 한다.

해고 경험을 인간적으로 다루는 이런 방법들은 충격을 완화하고 회사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해고 결정을 내릴 때 리더는 그 부작용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인간적 비용 없이 빠르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해고는 잠깐이지만, 오랜 상흔을 남긴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디디에 엘징가 컬처앰프 최고경영자
에이미 라부아 컬처앰프 부사장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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