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에 분노 더욱 확산
시민들 “제대로 된 사과도 않고
퇴진 요구 거부… 갈수록 더 화나”
선관위 조작 의혹에도 “설명 미흡”
노동·교육계도 잇따라 비판 성명
“국민 상대로 ‘광란의 칼춤’ 벌여”
14일 국회앞 대규모 촛불집회 예고
일부 “野 책임” 탄핵 반대 목소리도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국민의 반응은 오히려 더욱 싸늘해지는 모양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를 접한 대다수의 시민은 20분 넘게 진행된 담화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명하기보다는 자기변호와 퇴진 요구 거부에 치중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과 대치하는 시민들 12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남영삼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던 민주노총 등 단체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퇴근 후 매일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지수(26)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긴 시간 담화를 한다고 해 수긍할 만한 설명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국회의원 체포 관련 증언이 잇따르는데도 해명은 전혀 없다. 계엄군 투입이 치안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어떤 국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자회사 직원 박지환(31)씨는 “윤 대통령이 경제 위기 상황을 언급했지만,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진정으로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면 혼란으로 경제 지표가 더 나빠지기 전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 생계를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 입구까지 간 시위대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가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이날 한때 관저 인근 한남대로 양방향 대로가 통제됐고, 이태원로 일부도 통제됐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이 강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데이터 조작’ 의혹 설명 역시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 밝힌 김모(63)씨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나 보안 시스템 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새로운 증거가 제시됐다면 탄핵 반대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겠지만 이번 담화는 기대 이하였다”고 평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전 국민을 불안하게 해놓고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계엄을 지지하지 않고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담화 내용은 이해가 간다”, “야당의 책임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탄핵까지 가면 정국이 너무 혼란해질 것”이라며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12일 서울 남영삼거리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던 민주노총 등 단체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담화 발표 후 노동계와 교육계 등에선 잇따라 비판 성명을 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변명과 거짓말로 점철된 담화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이번 담화는 전 국민을 상대로 내란을 멈추지 않을 것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비상계엄이 삼류 저질 음모론과 망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탄핵은 당연하고 신속한 체포 등을 통해 즉각적인 직무 정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담화는) 한마디로 범죄자의 망언에 불과하다. 즉각 탄핵, 구속시키자”라는 성명을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런 대통령이 배출된 것 자체가 대한민국 공교육의 수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교조는 “어디서 배운 버릇인지 모르겠지만, 교사들은 국민과 싸우라고 가르친 적 없다”며 “국민을 상대로 ‘광란의 칼춤’을 벌이는 대통령을 1분 1초라도 빨리 구속, 탄핵하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환경운동연합은 “(담화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퇴진 계획은 없었다. 자신의 정책 기조를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도 넘은 비난과 내란 혐의에 대한 터무니없는 변명으로만 일관하는 대통령을 보며 시민들의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졌다”며 조속히 퇴진해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계에선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민주노총·민변·참여연대 등 1549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되는 14일 오후 3시부터 국회 앞에서 ‘범국민 촛불대행진’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총학생회 공동포럼’은 13일 서대문구 연세로 일대에서 대통령 퇴진 요구를 위한 총궐기 집회를 진행한다. 집회에는 20여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여할 예정이다.
김유나·이예림·이규희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