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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세계타워] 수사 헤게모니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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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공수처, 내란 수사 주도권 경쟁… 교통정리 시급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두고 수사기관 간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0일 오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전날 김 전 장관에 대해 청구한 법원의 구속영장심사를 불과 30분 앞둔 때였다. 김 전 장관이 8일 새벽 검찰 조사 중 긴급체포되면서 공수처는 김 전 장관을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했다.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냐는 지적에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 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예비적 청구를 한 것”이라며 “그건 그다음에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세계일보

장혜진 사회부 기자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경찰 내부에선 검찰보다 한 발 앞서 윤석열 대통령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일부 총경은 내부망에 글을 올려 “증거를 확실하게 수집한 후에 신병을 확보하는 교과서적인 방식으로는 뒷북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1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며 선수를 쳤다.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검찰보다 먼저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세 수사기관이 동시다발로 중구난방 수사를 벌이는 데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계엄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인데 수사기관은 서로 주도권을 쥐겠다고 헤게모니 싸움이나 벌이고 있다”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전 정권의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도입은 검찰에 집중된 수사 책임과 권한을 뺏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를 제외한 테러, 내란·외환 등 국가적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경찰에 줬다. 그러나 이는 검찰을 대신할 다른 수사기관이 제대로 된 수사 역량을 갖췄을 때 이뤄져야 한다. 졸속으로 단행된 ‘형사사법 개혁’의 부작용은 국가에 핵폭탄급 사건이 터진 현재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정작 이 상황을 만든 민주당은 경찰도, 공수처도 못 믿겠다며 일반 특별검사 추진으로도 모자라 법률상 상설특검에 의한 수사까지 준비하고 있다.

수사는 진상규명을 넘어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내란죄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이 아예 종식된 건 아니다. 다만 향후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공소유지를 해야 하는 검찰이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맞는 지 의문이다. 공수처는 물적·인적 자원이 부족하고, 경찰 역시 고도의 법률적 검토를 필요로 하는 대형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긴 역부족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평가다.

경찰과 공수처는 이날 국방부와 함께 공조수사본부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아닌 공수처 명의로 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포석이다. 검찰과의 교통정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사망한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 한 번 잘했다고 해서 각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효율적인 수사로 신속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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