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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조용한 충격파?"...중국, '훈련' 언급 없이 대만·남중국해에 대규모 병력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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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해상에 걸쳐 군함 등 90척 배치
과거 군사 훈련 공식화... 이번에는 침묵
대만 포위 넘어 '제1 도련선' 확보에 무게
한국일보

지난 5월 23일 오토바이를 타고 대만 북부 지역을 지나던 대만인들이 하늘 위로 날아가는 대만 공군 소속 전투기를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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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 주변 해상에서 약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을 전개하고 나섰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하와이 등 미국 영토 방문을 겨냥한 군사 시위다. 하지만 기존 관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군사 훈련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홍콩 명보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중국군은 지난 10일 오전 6시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53대의 군용기와 19척의 군함을 대만 주변 해상에 투입했다. 대만 주변에 파견된 전력 이외에 동·남중국해에 출동시킨 함선까지 더하면 군함은 총 90척으로, 최대 거약 1,000㎞ 범위에 걸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대만해협 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대 규모"


이는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대만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은 대만에서 첫 총통 직접 선거가 실시된 1996년 유례없는 수준의 함정을 대만 주변으로 파견, '제3차 대만해협 위기'를 촉발한 바 있는데, 당시와 비견할 만한 수준의 병력이 이번에 투입됐다는 의미다. 대만 군 관계자는 이번에 동원된 중국군 병력 규모가 "충격적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명보가 전했다.

라이 총통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태평양 3개국 순방 과정에서 하와이·괌 등 미국 영토를 경유했다. 비록 미국 본토는 아니었지만, 중국이 "지독한 독립분자"라고 비난해 온 그의 첫 방미였던 만큼, 이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돼 왔다.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의 침묵이다. 지난 5월과 10월,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연설과 국경절 연설을 각각 공식적으로 문제 삼으며 '연합 리젠'이라는 이름의 대만 포위 훈련을 벌였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에도 중국 국방부는 "미국이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했다. 표적성 군사 활동을 전개해 반격할 것"이라며 항의성 군사 훈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록적 수준의 병력을 투입하고도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커녕, 관영 언론의 보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제1 도련선 확보 의도가 침묵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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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군 장병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작전 중인 대만 해군 함정을 망원경으로 감시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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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 산하 연구소인 국방원의 중즈둥 연구원은 명보에 "중국이 위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군사 훈련을 예고해 온 전례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대만과 미국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경고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뜻이다.

'대만 포위' 목표 이상의 군사적 의미를 지닌 훈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두 차례 이뤄진 연합리젠 훈련 때 대만 주변 해상에 병력이 집중된 반면, 이번에는 '제1 도련선'(열도선)에도 대규모의 군함이 배치됐다. 제1 도련선은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으로, 중국의 동·남중국해 제해권 장악을 목표로 한 것이다.

만약 제1 도련선 확보가 목표였다면, '라이 총통의 방미' 때문에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은 물론 일본, 필리핀 등 주변국의 반발도 부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번 훈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주변국의 관심을 호소했다. 대만 외교부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제1 열도선을 둘러싼 중국의 군사 활동에 대응해 국제사회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협력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의 민주주의 파트너들은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미국의 군 당국자는 중국의 이번 훈련에 대해 "다른 대규모 훈련에서 봤던 수준과 일치한다"며 대만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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