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집주인과 매수자 사이에 협의가 오가던 아파트 거래 건이 있었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 매수자가 ‘시장 움직임을 좀더 봐야겠다’고 해 중단됐어요. 지금은 하루 종일 문의 전화 한 통 없어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2일 “사회가 혼란스러운데 누가 아파트 거래에 나서려고 하겠느냐"면서 "안 그래도 힘든데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당분간은 거래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포구 도화동에 소재한 B 공인중개업소의 공인중개사도 "비상계엄 사태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도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겼는데, 지금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출 규제에 따른 시장 관망세에 이어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까지 휩싸이면서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올해 서울 집값을 이끌었던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도 예외는 아니다. 우수한 입지와 재개발·재건축 호재 등으로 시장 위축 속에서도 꾸준한 거래를 보여왔지만, 이번 탄핵 정국은 피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체결된 마포구 아파트 거래는 9건에 불과해 하루 평균 1건을 밑돌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지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역시 불안 심리가 커지며 거래가 크게 줄었다. ‘똘똘한 한 채’와 재건축 호재 등을 앞세워 ‘무풍지대’로 불리는 곳이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휩싸인 이달에는 11일까지 강남구는 6건, 서초구 3건, 송파구는 12건 등 총 21건에 그쳤다. 지난달 1~11일 217건(강남 83건, 서초 49건, 송파 85건)과 비교해 한달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C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압구정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이어서 경기와 상관없이 최고가 계약이 이어져 왔는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매도자는 정국이 불안하니까 팔고 싶어하지만,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국에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나”라며 사태 장기화에 우려를 표했다.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7차아파트 인근 D 중개업소의 공인중개사도 "한달 전과 비교해서 고객이 줄어든 것이 피부로 체감된다”며 “어쩌다 사무실에 방문하는 고객도 요즘 같은 시기에 부동산은 문제 없는 것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3구나 마용성 등 상급지 거래마저 주춤해지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11월(2683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이날 기준 195건에 불과하다.
시장 전문가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진 탓에 거래절벽을 비롯한 부동산 경기 침체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불확실성 때문에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지금과 같은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경제가 계속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등 시기가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주경제=조현미 기자·한승구 수습기자 hmch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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