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강원 철원군 철원읍 사요리의 논에서 지역 첫 추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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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쌀 과잉 생산과 이로 인한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내년에 전국 벼 재배면적의 10%가 넘는 8만㏊(1㏊=1만㎡)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처음으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도입해 시도별로 감축 면적을 배정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2025∼2029년)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총 12개년에 걸쳐 ‘시장격리’란 이름으로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사들였으나, 추세적으로 쌀 소비가 줄고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대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61㎏였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4㎏으로 7.5% 줄었다. 같은 기간 재배면적은 74만8천㏊에서 70만8천㏊로 4.1% 감소하는 데 그쳤다. 농식품부는 “구조적 공급 과잉 상황에서 시장격리와 전략작물직불제(쌀 대신 밀·콩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보조금을 지급)란 기존 방식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자생력 있는 산업구조로 전환할 시점”이라고 했다.
공급 과잉 해소책으로 정부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꺼내 들었다. 당장 내년 감축 목표는 8만ha로 여의도(290ha) 면적의 276배 규모다. 올해 기준 전국 벼 재배면적 69만8천ha의 11% 정도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조만간 시·도별 쌀 생산량 비중을 바탕으로 지자체마다 감축할 재배면적이 배분할 예정이다. 그런 뒤 이달 중 각 시·도가 자체 감축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1월부터 농가별 조정면적 방안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정부는 농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쌀이 아닌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하며 감축을 이행한 농가엔 공공비축미 배정 등 정부지원을 우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안으로 마련됐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쌀 과잉공급 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법 통과 사흘 전,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12·3 내란사태 이후 사실상 국정이 마비되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배제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양곡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기존 입장은 그대로”라면서도,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정부 내부 논의를 거쳐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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