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의 석호 옆에서 현지인들이 전통 어업을 하는 모습. 기후변화와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피해 중 하나는 어족 자원의 고갈이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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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작은 섬나라에 거주하는 6500만명의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건강 악화 등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11일 조지아나 고든스트라찬 서인도제도 대학 박사 등은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에 게재한 ‘2024년 작은섬개발도상국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랜싯 카운트다운 보고서’에서 “작은섬개발도상국들은 폭염, 가뭄, 질병, 식량 불안, 비감염성만성질환, 노동력 축소 등 건강 취약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작은섬개발도상국(SIDS·이하 작은섬개도국)은 몰디브, 바베이도스, 아이티, 피지, 바누아투 등 대서양, 인도양, 남중국해, 카리브해, 태평양의 59개 섬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변동성이 큰 기상현상과 자연재해 등에 취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우선 폭염은 이 나라들 주민에게 미치는 가장 큰 건강 위험 요소다. 2018~2022년 작은섬개도국들 인구는 1986~2005년 사이의 평균 여름 기온보다 0.3도 더 높은 평균 여름 기온에 노출됐다. 지난 9년(2015~2023년)은 기록상 가장 더웠다. 폭염과 관련해 특히 1살 이하 영아와 65살 이상 노인이 위험에 처해 있다. 2023년 작은섬개도국들에서 엘니뇨 현상과 겹쳐 유아 1명이 평균 41일, 노인 1명이 43일의 폭염을 경험했다. 이러한 폭염 노출은 2000~2004년 연평균에 견줘 각각 48배와 36배 높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폭염에 노출되면 심혈관 합병증, 호흡기 질환, 급성 신부전, 정신건강 악화, 사망 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폭염은 노동생산성도 낮춘다. 노동생산성은 열에 노출되는 동안 생산성 저하로 인해 손실되는 잠재적 시간을 추적하고, 기온과 습도, 농업·건설·제조·서비스 부문 종사 인구 비율 등을 종합해 계산됐다. 2023년 작은섬개도국들의 모든 부문에서 44억 시간의 근로 시간이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1~2000년에 견줘 연평균 71%의 근로시간 손실이 증가한 것이다. 2014~2023년 10년간 잠재적 근로시간의 연간 손실은 1991~2000년 손실된 연간 근로시간에 견줘 부문에 따라 44%에서 269%까지 증가했다.
또 작은섬개도국들은 4대 주요 비감염성만성질환(심혈관 질환, 암, 당뇨병,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도 높았다. 전세계적으로 이 4대 질환의 위험이 가장 높은 15개국 중 절반이 넘는 8개국이 작은섬개도국들이다. 비감염성만성질환 예방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이다. 그러나 더운 날씨는 운동하는 사람에게 온열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더위는 운동 능력을 저하시켜 비감염성만성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기후위기 때문에 운동을 줄여야하고, 운동을 줄이다보니 건강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공중 보건을 위협하는 전염병의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 작은섬개도국 전체에서 뎅기열을 주로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에 의한 뎅기열 전염은 1951~1960년에 견줘 2013~2022년에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4~2023년 극심한 가뭄으로 영향을 받은 총 육지 면적은 1961~1970년에 견줘 약 30%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로 인해 식량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전염병 확산에 기여하며 보건소와 병원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된다”고 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이 나라들의 건강 시스템은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연구 대상 59개국 중 8개국만 국가적 기후와 건강에 대한 대비 전략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나라는 취약성과 위험 평가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기후 예측 데이터가 부족했다.
연구진은 “모든 작은섬개도국에서 대기와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다. 이러한 사건은 농업 생산 감소, 노동 생산량 감소, 식량 수입 의존도 증가, 코로나19 팬데믹 악화 등에 기여했다”며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선진국들의 국제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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