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대비 2.37배 ↑…역대 최대치
12월현재 거래액 11월수준 웃돌아
달러 초강세에도 식지않는 투자심리
국장대신 ‘글로벌 톱수익률’ 美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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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종합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포인트 고지에 올랐다. 미국 증시가 과거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치솟는 가운데, ‘서학개미’의 행렬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국내 투자자의 월간 미 증시 거래액이 91조원으로 100조원 선에 바짝 다가서면서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탄탄대로를 달리는 미 증시의 기세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어지면서, 올 한 해 수익률 ‘소외’ 현상이 심화한 국내 증시에 실망한 ‘동학개미’의 투자 이민 행렬도 심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强달러 아랑곳 않고 진격 ‘서학개미’=1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거래액(매수+매도액)은 634억9525만달러로 원화 기준(1달러=1432.20원)으로 환산 시 90조9379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에 대한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수치다.
5년 전인 2019년 12월만 해도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월간 거래액은 30억6665만달러(4조392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단계였던 2020년 3월 들어 월 거래액이 123억8839만달러(17조7427억원)로 처음 100억달러대에 진입했다.
미 증시 월간 거래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을 올해부터다. 지난 1월 267억6994만달러(38조3399억원)와 비교했을 때 11월 미 증시 월간 거래액은 불과 10개월 만에 2.37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전날 기준으로 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거래액은 207억3344만달러(29조6944억원)를 기록 중이다.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던 지난달 같은 기간(11월 1~11일)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거래액 187억4868만달러(26조8519억원)보다 더 큰 수치를 보이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윤석열 대통령 발(發) ‘비상계엄령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이란 정치적 리스크가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달러 초강세’ 환경을 조성한 가운데서도 서학개미의 미 증시 투자 행렬은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고환율에 따른 환차손을 고려하더라도 미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한 결과로 보인다”고 짚었다.
12월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일간 거래액을 살펴봤을 때 꾸준히 20억달러대(20억6007만~28억1588만달러)를 기록하던 수치는 전날 33억9185만달러(4조8578억원)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는 5억8351만달러(8357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하며 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뛰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를 향한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는 식지 않은 셈이다.
▶‘마이너스’ 국장 외면=미 증시를 향한 서학개미의 진격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가장 주된 요인으로는 글로벌 ‘톱’ 수준의 수익률이 꼽힌다.
11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347.65포인트(1.77%) 오른 2만34.89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가 2만 선을 넘어선 것은 1971년 지수 출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나스닥 지수와 함께 미 증시 ‘3대 지수’로 꼽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30 지수도 각각 지난 6일 6090.27, 지난 4일 4만5014.04로 각각 ‘역대 최고’ 지점을 찍은 바 있다.
다우·S&P500·나스닥 지수의 연중 수익률은 각각 17.06%, 28.28%, 35.68%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의 주요 해외 투자처로 꼽히는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18.28%), 중국 상하이종합 지수(+15.87%), 홍콩 항셍 지수(+20.05%), 범(凡)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9.89%), 영국 FTSE100 지수(+7.51%), 독일 DAX 지수(+21.65%), 프랑스 CAC40 지수(-1.43%) 등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했을 때 ‘소외’ 현상이 뚜렷한 국내 증시의 상황이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로 발길을 옮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8.01%(2655.28→2442.51), -22%(866.57→675.9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 등으로 증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정치·경제적 불안 요소 때문에 ‘나 홀로’ 역주행했다”면서 “국내 증시 상황을 두고 ‘국장 탈출은 지능 순’, ”국장에 투자하면 바보“ 등의 자조 섞인 농담이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일상화될 만큼 투심이 악화한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거래액 규모는 같은 기간 기록한 개인 투자자 코스피 한 달 거래액(265조5473억원)의 34.25% 수준까지 올라섰다. 해당 수치 역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1월 14.6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지난 6일엔 1121억4039만달러(160조6075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개인 투자자의 미국 투자 이민 행렬이 강달러에 기름을 붓는 수준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뺀 값)은 9778억달러로 1조달러에 육박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분명 미 증시 투자에 나서려는 개인 투자자에겐 부담”이라면서도 “국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과 미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 등을 고려한다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개별 종목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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