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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단독] 계엄 뒤 한동훈 만난 美대사, 이재명 일정은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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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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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26일 국회에서 예방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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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골드버그 대사는 12일로 예정돼 있던 이 대표 예방 일정을 최근 취소했다. 두 사람은 계엄 사태 발생 전에 이날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12·3 계엄사태 이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골드버그 대사 측에서 민주당에 “예방이 어렵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골드버그 대사로서도 요즘 같은 때에 특정 정당을 따로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최근 여권의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계엄 사태 이후의 정국 상황을 긴밀히 파악하고 있다. 지난 5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발표한 ‘한덕수-한동훈 공동국정운영 체제’에 대해 “헌법에 부합하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골드버그 대사는 9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총리를 만나 정부의 비상계엄 대처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같은 날 한 대표도 만났다.

이런 상황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야당과의 만남을 취소한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7일에 이어 14일에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을 예고했다. 이런 때에 주한 미 대사가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게 자칫 탄핵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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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월 20일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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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미국 측이 한ㆍ미ㆍ일 중시 외교를 탄핵안에 담은 야당과 접촉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7일 표결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주요 직위에 임명하는 등 정책으로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고 적시했다. 미국 측 인사들은 VOA(미국의소리) 등 언론을 통해 “탄핵 사유에 3국 협력 추진이 포함된 건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 전문가들이 전부 나서서 '외교 정책이 어떻게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며 “탄핵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한ㆍ미ㆍ일 공조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비칠 수 있어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추가 발의하는 탄핵안에선 관련 내용을 제외하기로 했다. 김용민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법사위에서 “유 의원이 말씀한 내용은 이번 탄핵안에는 따로 집어넣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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