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
중국 위(衛)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신하가 있었다. 위나라 왕은 미자하의 재주를 아껴 남달리 대했다. 어느 날 미자하가 밤중에 대궐에 들어가 왕을 알현하던 중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았다. 다급한 마음에 왕명이라 속이고 왕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위나라 국법에 따르면 임금의 수레를 타는 무리는 다리를 자르게 돼 있었다. 미자하가 거짓말을 해서 왕의 수레를 탔다는 소문을 들은 위왕은 “어머니를 위해 중벌도 무서워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효자”라고 칭찬했다.
어느 날 미자하는 왕을 모시고 과수원에 나갔다. 미자하가 복숭아를 따서 먹어보더니 유난히 달고 맛이 좋아 먹다 남은 반쪽을 왕에게 권했다. 미자하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였다. 그러나 위왕은 그를 나무라지 않고 “자기 입맛을 잊고 나에게 먹였으니 참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칭찬해줬다.
그러나 ‘인심은 조석변(朝夕變)’이라는 옛말처럼 위왕의 마음도 쉽게 변했다. 어느 날 미자하는 대수롭지 않은 죄를 지었다. 그런데 지난날에 미자하를 그토록 감싸주던 왕은 갑자기 “너는 일찍이 왕명이라 속이고 내 수레를 훔쳐 탄 일이 있으며,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일이 있다”고 꾸짖고 벌을 줬다.
위왕과 미자하 고사를 인용하면서 나는 위왕을 교활한 사람이라고 비난할 뜻도 없고, 미자하를 가리켜 불운하다고 동정할 뜻도 없다. 두 사람 모두 너무나도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처음에 미운 짓을 하던 사람이 나중에 착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처음에는 착한 일을 하던 사람이 나중에 배신하고 도망가는 일도 흔히 있다.
그러므로 사랑받을 때 겸손하고 삼가야 하며, 사랑할 때 치우치지 않아야 하며, 미움을 주고받을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잘못된 미움이 얼마나 큰 죄를 짓는가. (『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편)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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