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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사설] 마구잡이 중복 수사, 볼썽사나운 전리품 차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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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 9명과 조태용 국정원장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하자 수사 주도권을 검찰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들을 먼저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총리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처음부터 계엄 선포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 후 대통령을 설득해 계엄 선포를 철회하도록 한 사람 중의 한 명도 한 총리라고 한다. 한 총리는 대통령 직무 정지 때 권한대행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다. 한 총리에 대한 수사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그런데 성급하게 ‘피의자’ 딱지를 붙여 소환을 통보했다. 구체적 혐의를 밝히지도 않았다.

이런 난맥상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세 수사기관이 계엄 수사에 동시에 나선 이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지난 8일 김용현 전 장관을 체포하자 경찰은 김 전 장관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람은 검찰이 체포하고 증거는 경찰이 확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도 “기각될지 모른다”며 예비적으로 영장을 중복 청구하는 희한한 일을 하기도 했다.

세 수사기관은 윤석열 대통령 수사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검찰이 8일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하자 경찰은 9일 윤 대통령을 “긴급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11일 공수처장이 “윤 대통령을 체포할 의지가 있다”고 하자,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 서로 무슨 전리품이라도 차지하려는 양 경쟁하는 양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신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다. 어느 기관이 수사 주도권을 갖느냐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세 수사기관은 빨리 합동수사본부를 꾸려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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