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려 있던 윤석열 대통령 사진 등이 사라진 대구 서문시장 내 칼국수 집. 백경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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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윤석열 대통령)이 싫어서 사진을 내린 건 아닙니다. 속 시끄러워서요.”
11일 정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70대 상인 A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곳이다. 이후 가게 곳곳에는 윤 대통령 사진과 그가 직접 쓴 ‘대구 시민들의 사랑 듬뿍 받으세요’라는 글귀, 친필 서명이 걸렸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모두 사라졌다. A씨는 사진과 서명을 집에 보관 중이라며 “손님이 부정적인 이야기 하는 게 듣기 싫어서 뗀 것뿐”이라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후 마음이 아파 한동안 잠도 못 잤다.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육교 위에서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안내하고 있는 청년 유튜버.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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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은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도 ‘성지’라 불린다. 보수진영 ‘현장정치 1번지’로, 윤 대통령이 대선 하루 전 마지막 유세 장소로 선택했을 정도다. 지난해 서문시장 100살을 기념해 열린 ‘2023 서문시장 100주년 대축제’에는 윤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날 만난 상인 대부분은 “탄핵은 안 된다”고 했다. 이불을 파는 50대 상인은 “(윤 대통령이) 잘못했지만, 이 사태까지 오게 한 건 야당이다. 무조건적인 탄핵은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대구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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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부 젊은 시민과 상인은 “‘보수의 심장’ 대구의 민심이 변했다”고 했다. 이종현(30)씨는 “지금도 비상계엄을 왜 선포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대구라고 해서 더는 윤 대통령 편을 들어줄 수 없다. 탄핵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상인도 “21세기에 군을 동원한다는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문시장 육교 위에서 매일 저녁 대구에서 열리는 윤석열 퇴진 촉구 집회를 안내하고 있는 한 청년 유튜버는 “서문시장에 와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방송을 진행해도 아무런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 만큼 대구 민심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를 중심으로 매일 오후 7시 중구 동성로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보수의 텃밭이 아니다” “‘TK 콘크리트’가 TK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 등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과 국회 표결을 거부한 국민의힘 해산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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