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고 계엄 알았다"던 경찰청장… 3시간 전에 尹과 회동 의혹

경찰청장 관용차량 밤 10시 입고돼
서울청장도 회동 시간 맞춰 재출근

조지호 경찰청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2·3 불법계엄' 선포 3시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 가옥에서 계엄에 대한 사전 고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돼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한국일보 취재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인 3일 오후 7시쯤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대통령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지시 사항이 담긴 A4용지 1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한병도·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경찰청장 전용 관용차량 운행 내역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이날 밤 10시 10분 청사에 입고됐다. 당시 차량엔 조 청장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안가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경찰청이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또 다른 자료엔 '조 청장은 3일 저녁 6시 28분부터 밤 10시 2분까지 공관에서만 머물러 있었다'고 돼있다. 대통령 안가에 다녀온 걸 숨기려고 공관에 계속 머무른 것처럼 기록한 것 아니냔 의구심이 든다.

김 서울청장의 행보도 석연찮다. 서울청은 계엄 선포 당일 저녁 김 청장의 청사 출입 내역에 대해 '오후 6시 38분 퇴근 후 오후 7시 46분 재출근'이라고 국회에 제출했다. 청사를 나간 뒤 1시간 8분 만에 다시 복귀했다는 얘기인데, 그 사이 어디를 다녀왔는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계엄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답했다. "계엄 선포 이후 김봉식 서울청장에게 전화했느냐"는 추가 질문에 조 청장은 "바로 전화한 건 아니고, 저도 당황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전날 소환 조사한 뒤 이날 새벽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14만 경찰의 수장과 서울 치안을 책임지는 서울청장이 동시에 체포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