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불신으로 1990~2000년대 초 낙관론 붕괴"
"노동계급은 물론 기술 억만장자들도 분노해 극우화"
"분노는 나쁜 자들 권력 잡게 하지만 지속되진 못해"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EPA 연합뉴스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가장 저급한 자들에 의한 통치)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부터 25년간 기고해온 미 뉴욕타임스(NYT) 고별 칼럼을 통해서다.
크루그먼은 지난 9일(현지시간) NYT에 실린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 찾기'라는 제목의 마지막 칼럼에서 "과거 서구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낙관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낙관주의가 얼마나 많은 분노와 원망으로 대체됐는지 놀랍다"고 썼다. 그러면서 "1999~2000년대 미국인들은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초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만족도가 높았다"며 "많은 미국인들은 평화와 번영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낙관론이 무너진 건 '엘리트에 대한 신뢰 붕괴' 탓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없고, 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감행했던 이라크 침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이 정부 관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계기였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노동계급뿐만이 아니라 억만장자들도 엘리트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기술 억만장자들의 극우화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 없다"며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한 자유주의자들의 잘못이라고도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분노가 나쁜 사람들로 하여금 권력을 잡도록 할 수는 있지만,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언젠가 대중은 엘리트를 공격하는 대부분의 정치인도 실제로는 모든 면에서 엘리트라는 점을 깨닫고, 그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묻기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 시점에는 대중이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거짓 약속을 하지 않으며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말에 기꺼이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적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