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주요 11개 업종별 협회와 함께 조사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 전망은 ‘대체로 맑음’으로 예상됐지만, 자동차‧배터리‧섬유패션‧철강‧섬유 화학‧건설 업종은 ‘흐림’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는 AI 산업이 커지면서 인프라 지속 투자, 데이터센터 설립, AI 기기 출시 등으로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압박이나 관세 인상 같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내년에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노종합기술원 연구원들이 12인치 반도체 테스트 베드를 활용해 제작한 40나노 패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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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수출은 당초 예상을 웃돌아 지난해 대비 41% 증가한 1390억 달러(약 199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1350억 달러(193조원)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 투자도 늘어난 전망이다. 한국의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설비 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7.9% 증가한 1872억 달러(약 268조원)로 커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도 AI 덕분에 기대감이 크다. AI 스마트폰으로 교체 수요가 늘고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탑재된 IT 기기나 TV 출하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내년 디스플레이 수출은 올해 대비 4% 정도 증가한 194억8000만 달러(약 13조5700억원)”이라며 “다만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국내 패널 기업 고객사(애플 등)의 중국 내 점유율 감소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지원 정책에 따라 탱커‧LNG운반선 같은 에너지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내년 선박류 수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267억6000만 달러(약 38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다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고 미국 관세정책에 따라 교역 감소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과 기계 산업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약가인하 기조와 중국산 기계 대체 효과를 기대할만한 상황이다.
반면 자동차와 철강 산업 전망은 어둡다. 변수는 중국과 트럼프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내년 자동차 수출을 올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했다. 협회는 “대미흑자 비중이 가장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의 추가 관세 도입 가능성과 코로나 이후 대기수요 소진으로 인해 주요국의 재고량 증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른 현지화 비중 증가 등 불확실성 요인 크다”라고 밝혔다.
중국 BYD의 선전 선산 자동차 공장. 사진 BYD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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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은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철강 가격 하락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관세 부과 대신 수입쿼터제를 도입했는데, 2기 행정부 출범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 비율이 현재(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보다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배터리도 전망이 흐리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중국 제외)은 2021년 18.2%에서 2024년 상반기 38%로 급증한 상태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우려, 전기차 정책 후퇴 같은 위기 요인의 영향은 최소화하고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 등 기회 요인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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