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총경급 이상 인사 내년 여름까지 순연 전망도
2023년 3월 29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오른쪽)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 취임식’에서 조지호 경찰청 차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시에 긴급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 내부에선 적지 않은 동요가 감지된다. ‘전혀 예상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경력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는 등 사실상 내란을 도왔다는 것이 이들에 적용된 혐의다. 곧 있을 예정이었던 12월 인사와 예산 문제 등 경찰의 현안들도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경찰청의 경우 공공안전차장도 내란 혐의로 피고발 된 상황이다. 경찰청은 공안차장 대신 서울청 생활안전차장을 청장 직무대리로 정했다. 생안차장은 서울청 내 서열 4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1일 오전 3시 43분 내란 혐의로 조지호 경찰청장을 긴급체포했다. 특수단은 전날 오후 4시부터 조 청장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약 12시간에 걸친 조사 끝에 조 청장을 긴급체포했다. 특수단은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경찰청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 시각 김 청장도 긴급체포 했다. 경찰은 체포 시한 만료 전 조 청장과 김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수뇌부 2인이 동시 체포 되는 상황이 발생되자 경찰에선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내란을 도왔다는 혐의가 적용됐는데, 후일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도 “새벽에 발표된 뉴스를 보고 놀랐다. 계엄포고령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 해석한 것인데, 계엄사령관 지시를 받고 그 짧은 시간 내에 ‘위법여부’ 법률 검토를 할 수 있을 사람이 있었겠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사실 조 청장 직무는 조만간 정지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 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은 국회에 보고된 이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를 마쳐야 한다. 조 청장의 경우 지난 5일 국회에 출석해 “저희들이 했던 행위가 내란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일체의 정치 활동 금지‘를 규정한 12·3 비상계엄 1호의 경우 위헌과 법률 위반 논란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
경찰청은 이호영 차장을 조 청장 직무대리로 정하고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서울경찰청도 이날 오전 김 청장 직무 대리로 오부명 공공안전차장이 주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문제는 오 차장도 내란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고발 된 상황이란 점이다. 수사 진행에 따라 오 차장 역시 궐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청은 서울청장 직무대리로 최현석 생활안전차장을 지명했다. 손제한 수사차장은 특수단 파견을 나간 상태다. 서울청 지휘라인은 청장, 공공안전차장, 수사차장, 생안차장 순이다. 서울청 내 서열 4위가 청장 직무대리를 맡는 ‘직무 대리의 대리의 대리’가 서울청 지휘를 맡게 된 셈이다.
다음주 예정이었던 총경 이상 승진·전보 인사도 모두 줄줄이 보류될 전망이다.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데, 대통령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통상 경찰의 치안감·치안정감 인사는 매년 12월 초 단행되며 이후 경무관·총경 등 고위 간부 승진·전보 인사를 거쳐 경정급 이하 인사가 순서대로 이뤄진다. 경정급 이하 인사의 경우 인사 발령 시점이 3월로 정해져있어 예정대로 실시될 전망이지만 지휘부 인사는 기약 없이 밀릴 개연성도 열려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경 급 이상 경찰 인사의 경우 청장의 핵심 권한 중 하나다. 직무 대리가 인사권을 행사할 경우 법률적인 문제는 없겠지만 타당하냐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사상 초유의 사태에 다들 당황한 기색들이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