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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정치인 구금’ B1 벙커에선 휴대폰 차단…“핵폭탄도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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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8월 23일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지휘소(CP 탱고)를 찾아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상황을 점검하려고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작전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 때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이 체포한 국회의원들을 수도방위사령부 비(B)1 벙커(문서고)에 구금할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방첩사 간부의 증언이 나온 데 이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방첩사 체포조가 이 벙커에 계엄 포고령 위반자 수백, 수천명을 감금할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서울과 경기 과천의 경계인 남태령에 있는 수방사 ‘비1 벙커’는 한국군 전쟁지휘시설이다. 전시가 되면 대통령, 장관 등 정부 요인, 군 지휘부가 이곳에 모여 전쟁을 지휘한다. 전시에는 정부 요인, 군 지휘부, 지원인력 등이 오래 머물러야해서 대통령, 장관, 육해공군 참모총장별 회의실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5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고 내부는 차량이 다닐 만큼 넓다고 한다. 비상시에 대비해 수개월치 식량도 비축돼 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당 비상 최고위원회에서 “해당 지하 문서고는 엄청난 규모”로 “핵 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어 국가 전쟁 지도부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구금을 위해) 시설 일부만 활용할 줄 알았는데, 아예 비1 문서고 (전체 사용을) 검토했고 방첩사 인원으로 내부 정찰까지 했다고 한다”며 “체포조는 방첩사 수사관 39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선량한 시민과 야당 대표를 비롯해 (‘체포 명단’ 해당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거기 감금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B1 벙커를 구금 시설로 검토한 것은 서울(국회)과의 거리, 공간 수용 능력, 군에 대한 지휘통신시설 유무, 경계 수월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벙커에 정치인들을 가두면 보안을 유지하기 쉽다. 구치소나 기존 군 부대 군사경찰 구금시설은 위치가 알려져 있지만 비1 벙커는 수방사 구내에 있어 외부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B1 벙커는 폭격에도 견딜 수 있게 튼튼하게 지었고 전자기파(EMP)공격에 대비한 방호 설비도 갖춰, 휴대전화 통화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군 내부에서는 전시 대비 핵심시설인 비1 벙커에 내란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가두겠다는 여 사령관의 발상이 황당하고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군 벙커는 비1뿐만 아니라 국방부(합참), 충남 충남 계룡대에도 있고, 경기도 성남시 청계산에는 한미연합사 전시 지휘소인 탱고 벙커가 있다.



​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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