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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해외에서 더 유명한 AI로 '암 잡는' 회사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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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주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암 정복'을 꿈꾸는 기업이 있다. 의료 AI 기업 루닛이다. 루닛은 AI를 통해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별 맞춤 치료법을 제시한다.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실적 성장세도 안정적이다.

# 세계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NSW)가 주정부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에 루릿의 AI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도입한 건 대표적이다. 루닛의 여정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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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기업 루닛의 실적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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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는 암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별 사망률 추이'를 보면, 암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후 2023년까지 41년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엔 인구 10만명당 166.7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암 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고 암 사망률을 떨어뜨리려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10만명당 36.5명(21.9%)이 사망하는 폐암은 1ㆍ2기에만 찾아내면 3ㆍ4기 발견 대비 5년 생존율이 4배나 높아진다.

이 때문인지 암 조기 진단 시장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는 영역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암 조기 진단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유망 기업도 있다. 2013년 설립한 의료 AI 기업 '루닛'이다.

루닛은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별 맞춤 치료에 기여하는 AI를 만드는 회사다. 특히 폐암과 유방암 진단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루닛이 AI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기술을 통해 수백만건의 의료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다. 루닛의 대표적인 AI 기술인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 이미지를 판독한 후 의심되는 부위를 97%의 정확도로 찾아낼 수 있다.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루닛의 실적은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은 2021년 66억원에서 2022년 139억원, 2023년엔 251억원으로 늘어났다. 3년 만에 매출액이 3.8배 커진 셈이다.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67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32억6700만원) 413.4% 증가했다. 이중 해외 매출액은 152억68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91.0%에 이른다.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20일 5만4400원이었던 루닛의 주가는 6개월이 흐른 11월 25일 6만7500원으로 24.1% 상승했다. 시장에서 루닛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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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은 AI를 통해 암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별 맞춤 치료법을 제시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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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회사의 투자 포인트는 무엇일까. 크게 세가지다. 첫째,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의 성장세다. 루닛 스코프는 환자의 세포 이미지를 분석해 면역 타입을 분류한 다음 면역항암제가 각 환자에게 얼마나 잘 먹힐지를 예측하는 시스템인데, 관련 매출은 2023년 기준 67억원 수준이다. 연구용으로 주로 쓰인다.

모든 분석을 마친 뒤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신약 개발사 입장에선 '루닛 스코프'를 활용하면 임상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다. 올해 7월까지 빅파마(대형 제약회사)가 루닛 스코프에 분석을 의뢰한 건수는 5023건. 지난해 총 건수 대비 벌써 5배나 늘어났다.

두번째 포인트는 전세계적으로 의료 AI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의료 AI시장이 2021년 110억 달러(약 14조원)에서 2030년 1880억 달러(약 250조원)로 17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의료 AI기업 루닛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의료 AI시장이 성장할수록 루닛을 향한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도 높아질 게 분명해서다.

마지막 투자 포인트는 지난 5월 루닛이 인수한 유방암 검진 플랫폼 기업 '볼파라 헬스(Volpara Health)'와의 시너지 효과다. 미국 유방암 검진시장에서 점유율 42.0%를 차지하고 있는 볼파라는 미국 내 2000곳 이상의 의료기관에 유방암 검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가 보유한 유통망을 활용해 미국시장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5년엔 볼파라와 협업해 개발 중인 통합 AI 진단제품을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루닛은 볼파라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2025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우려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영업손실이 쌓이고 있다는 건 체크할 만한 대목이다. 루닛의 영업이익은 2021년 –457억원, 2022년 –507억원, 2023년 –4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626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하지만 루닛의 생각은 다르다. 늘어난 매출을 투자에 쏟고 있기 때문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거다. 이를테면 '계획된 적자'라는 건데, 올해 3분기 루닛의 연구ㆍ개발(R&D) 비용은 200억원으로 지난해의 172억원보다 16.2% 증가했다.

루닛 관계자는 "루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과한 기업"이라며 "영업이익이 적자인 건 맞지만 성장세는 탄탄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설립 이후 한번도 매출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며 "매출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지면 2026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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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도 루닛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근거는 매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흉부 엑스레이와 유방촬영술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매출 역시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루닛이 연초 제시한 매출액은 550억원인데, 루닛 제품군의 매출 확대를 감안하면 달성 가능성이 높다"며 "루닛의 주요 제품인 루닛 스코프의 올해 4분기 예상 매출은 36억원가량으로 지난해(16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기대감을 입증하듯 최근 의미 있는 성과도 올렸다. 루닛은 9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NSW)가 운영 중인 주정부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에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가 암검진 사업에 AI 솔루션을 채택한 세계 최초 사례다. 루닛의 주가가 9일 6만5300원에서 10일 7만8000원으로 19.45% 뛰어오른 이유다.

국내 의료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루닛은 적자를 털어내고 더 큰 시장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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