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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잘 적응하는 타입”…민주당이 한덕수 탄핵 망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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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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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은 내부 논란이 있는데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탄핵소추안은 작성할 예정이고요. 여러 가지 국내 정황을 종합해 곧 결론 내릴 겁니다.” (9일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국회는 오는 14일 두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합니다. 이보다 이틀 앞서 12일에는 내란 가담자인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처리됩니다.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12·3 내란사태’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무위원의 ‘직무 정지’를 노린 것입니다.



민주당은 내란죄 수사 개시권이 없음에도 수사에 나선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에 대해서도 탄핵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 할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지난 8일 한 총리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민주당은 한 총리를 내란죄 가담 혐의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을 뿐, 탄핵 추진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게 바로 한 총리입니다. 한 총리는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얘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는 지난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을 대신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야당에선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한 총리 등이 윤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 전면에 나서는 건 “제2의 내란” “제2의 쿠데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총리는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발표 이후 관저에서 칩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대신해 사실상 직무대행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한 총리 탄핵을 뒤로 미뤄둔 건 왜일까요. 여기엔 민주당의 ‘전략적 고민’이 있습니다. 헌법(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 권한대행을 맡게 됩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뒤, 황교안 국무총리처럼 헌법재판소 결정 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거나 자진 사퇴할 경우, 또는 내란죄로 구속될 경우 헌법에 따라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직무대행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뜩찮긴 해도, 한 총리는 ‘규탄 대상’인 동시에 윤 대통령의 국정 공백 상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대상이기도 한 것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한 총리를 (탄핵하진 않으면서) 고발한 건 ‘정권 연장을 위해 허튼짓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에선 한 총리를 “논의의 파트너로서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들 보고 있다고도 합니다. 또다른 지도부 의원은 “(한 총리는)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는 타입”이라며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대 정권을 넘나 들며 고위공직을 회전문 드나들듯이 해온 한 총리를 민주당이 쉽게 관리할 수 있을 뿐더러, 제어가 가능한 인물로 보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한 총리마저 탄핵할 경우 민주당이 ‘무정부 상태’를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듯 합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민주당이 오히려 헌정 중단 상태를 만든다고 ‘되치기’당할 수도 있다”며 “전선을 넓힐 필요 없고 지금은 ‘끝판왕’ 윤 대통령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내부는 한 총리 탄핵을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 중입니다. 지난 8일 원내지도부가 모인 회의에서는 한 총리 탄핵이 가장 먼저 논의됐으나 의견이 모이진 않았다고 합니다. 그날 의원총회에서도 한 총리 탄핵이 화두였지만 한 총리를 탄핵하나 안 하나 별 차이 없다는 의견, 상징적으로라도 한 총리를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팽팽히 맞섰다고 하네요. 한 재선 의원은 “어차피 한동훈 대표와 국정 공동운영이 불가하다는 건 법률적으로 명명백백한데 뭐하러 탄핵을 하느냐”고도 했습니다. 다만 또다른 의원은 “일단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 결과를 보고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14일 윤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가용한 모든 카드를 꺼내 든 민주당이 ‘한 총리 탄핵 카드’까지 꺼내 들지 궁금합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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