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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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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입 닫은 안창호 위원장…“가짜 인권 필요없다” 사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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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에게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76주년 행사 참석을 저지당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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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불리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안창호 위원장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0일 ‘2024 인권의 날 기념식’에 들어가려는 그를 가로막으며 “군이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비상계엄 관련해 시민들이 겪은 인권 침해 사례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안 위원장은 눈물을 글썽이는 활동가들을 응시하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는 그대로 기념식 무대에 올라 “오늘 소란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기념사를 읽어내려갔다.



12월10일은 1948년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의 뜻을 기리는 ‘세계 인권의 날’이다. 36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이날 안 위원장의 기념사가 예정된 ‘2024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 장소인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권위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하고 여전히 현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 군마저도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이라고 선언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비상계엄 선포의 인권침해를 지적해야 할 위원장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며 “자격 없는 이가 인권의 날에 기념사를 하고 인권을 외치도록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12·3 내란사태’에 대해 인권위 사무처의 거듭된 제안에도 성명 발표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3일 밤 무장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긴급간부회의 소집 등 아무런 비상조처를 취하지도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9일 열린 제23차 전원위원회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을 상정했으나 결론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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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33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기념일 76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에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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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활동가들은 안 위원장이 기념식장에 입장할 수 없도록 ‘침묵도 동조다. 비상계엄에 대한 인권위 입장을 밝혀라!’, ‘비상계엄선포에도 눈치만 보는 인권위원장 퇴진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입구를 가로막았다. 안 위원장이 등장하자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전날에도 인권위는 비상계엄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세계인권선언을 언급하고, 인권의 날 행사를 하시려고 하느냐”며 “당장 행사를 중단하고 입장 표명에 몰두하라”고 촉구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안 위원장을 향해 “가짜 인권은 필요 없다. 군이 총구를 국민에게 겨눈 이런 인권 침해에 대해 어떻게 인권위가 아무 입장 표명을 안 한단 말인가. 입장 표명을 안 하겠다면 당장 사퇴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활동가들의 항의에 잠시 휴게실로 피신해있다가 기념사를 하기 위해 인권위 관계자들과 함께 다시 행사장에 들어섰다. 그는 활동가들에게 “비상계엄 관련해서 이미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다. 하여튼 거기에서 많은 의견이 있었고 그 부분을 최대한 빨리 수렴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대통령이 구속된 다음에 입장을 내겠다는 거냐. 부끄러운 줄 알라”며 눈물지었다.



이날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는 행사에 초대된 원민경 인권위원과 김수정 전 인권위원이 “참석을 거부한다”며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수정 전 인권위원은 한겨레에 “인권위가 아무 입장도 발표하지 못 하는 상태에서 인권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오늘 내란죄 주동자인 대통령의 표창 수여도 있는데 그런 행사가 절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퇴장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기념사에서 ‘비상계엄’, ‘내란’, ‘인권 침해’ 등을 언급하지 않은 채 “지난 일주일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저는 지난 9월 위원장에 취임하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강조했다. 어떤 주제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이한 모든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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