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은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던 2019년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마크롱과 만나 인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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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과 비교하면 마크롱은 트럼프와 비교적 잘 지내는 듯했다. 2017년 7월14일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 데이)을 앞두고 마크롱이 전격 초청장을 보냈을 때 트럼프는 선뜻 응했다. 트럼프는 18세기 미국이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전쟁 당시 프랑스의 도움을 받은 점을 강조하며 “두 나라의 우정은 깨질 수 없다”고 말했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펼쳐진 대혁명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트럼프는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귀국 후 측근에게 “미국도 독립기념일에 군사 열병식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트럼프가 취임한 뒤 처음 국빈 방미를 초청한 외국 정상도 마크롱이었다.
한때 ‘브로맨스’로까지 불린 둘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운영,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교역 등 사안들을 둘러싼 이견이 두 정상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트럼프는 프랑스가 국방 예산으로 너무 적은 돈을 써 나토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크롱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EU를 희생시키려 한다고 의심을 품었다. 급기야 2019년 11월 마크롱은 “트럼프는 동맹국을 상업적 거래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발끈한 트럼프는 “마크롱의 발언은 아주, 아주 형편없다”(very, very nasty)며 모욕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재개관 기념식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밤 형형색색의 조명을 받아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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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자격으로 파리를 방문한다. 7, 8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 참석을 위해서다. 대성당이 화재로 크게 파괴된 2019년 4월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신분이었다. 그는 인류문화유산의 훼손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프랑스가 필요로 하면 미국이 복구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새 임기 4년을 보장받은 트럼프에게 이번 파리 나들이는 아주 즐거운 여행일 것이다. 반면 의회 다수파의 지지를 잃고 자신이 임명한 내각마저 무너진 마크롱은 착잡한 심경일 가능성이 크다. 노트르담에 불이 났을 때처럼 이번에도 트럼프가 마크롱을 위로하게 생겼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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