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정문〈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 상황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JTBC 팩트체크팀은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의 진행이 가능한지를 따져봤습니다.
━
① 헌재, 탄핵 심판 결정 가능하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 발족식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회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면 공이 헌재로 넘어갑니다.
헌재의 사건 처리 과정은 접수-심리-평의-결정의 4단계로 진행되는데, 심리는 청구요건에 대한 사전 심사와 자료 제출, 공개 변론 등의 본안 심리 등의 단계를 말합니다.
본안 심리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까지 이뤄질 수 있지만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분류해 접수부터 탄핵까지 수개월 내에 마무리합니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국정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두 달 만에 다시 대통령직을 수행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석 달 만에 파면됐습니다.
현재 헌재는 지난 10월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 등 3명이 퇴임하면서 6인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6인 체제의 문제는 심리 정족수와 의결 정족수입니다.
사건을 검토하고 공개 변론을 할 수 있는 심리를 하려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이 필요합니다.
의결 정족수, 즉 탄핵의 결론을 내기 위해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재판관 6명이면 충분합니다.
이론적으로 6명의 재판관이 일치된 의견으로 파면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심리는 못하는데, 결론은 낼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심판정족수를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출처:법제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지난달 14일 헌재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헌법소원 가처분을 받아들여 이 조항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키면서 현재는 심리도, 결론도 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오늘 출근길에 취재진에 “구체적 사건과 관계없이 제23조 제1항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최소한의 변론은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탄핵심판의 결론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논의해보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문제는 탄핵 결정의 신뢰성입니다.
원론적으로 6명의 재판관이 결론을 낼 수 있지만 30%가 넘는 재판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심리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소장을 포함해 9명의 재판관이 수평적 관계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토론해 결론을 내는데, 6명만으로 이런 과정을 거쳐 내놓은 탄핵 결과를 탄핵을 반대하는 쪽에서 납득할 수 있느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6인 체제에서 심리를 한다고 결정했을 때 심리도 하고 결정도 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결정까지 해버린다면 이건 권한 없는 행동 아니냐, 모순적인 얘기 아니냐 이런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헌재 6인 체제에서 탄핵심판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현재까지 판정하기 어렵습니다.
━
② 탄핵 가결 때 대통령 권한 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동안 헌법재판관 추천을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기싸움이 이어져 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양당이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합의한 인물을 추천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양당은 헌법재판관 추천에 속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180도 변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속도가 빨리지고, 탄핵 소추 의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입니다.
빠르게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하는 것 아니냐, 임명 지연으로 탄핵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양당이 합의해 청문회를 빠르게 연다고 해도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탄핵에 따라 직무가 정지되면 결국 재판관 임명도 늦어질 거란 전망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정계선(55ㆍ사법연수원 27기)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61ㆍ29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추천한다고 공식화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아직 정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면 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는데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서두르기 위해 재판관 3명을 서둘러 임명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이 이뤄지고 국민들의 탄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 한덕수 총리도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임명을 지연시키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삼권분립에 의해서 대통령·국회·대법원이 3명씩 추천하도록 한 거고 대통령이 9명 전원에 임명장은 주지만 형식적인 겁니다.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할 때 국회에서 추천한 3명에 대해 임명장을 줘야지 다른 도리가 없어요"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연구관)
"대통령 권한 대행은 현상 유지적 직무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요청이 오면 임명해야 합니다. 헌법재판관 국회 추천 몫은 실질적으로 국회가 임명하는 것이고 권한대행의 임명은 형식적인 절차입니다"
팩트체크팀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오는 23일까지 인사청문회를 진행해 연말까지 헌법재판관 추천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의결된다고 해서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박지은 이채리〉
오이석 기자, 박성훈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