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한강 작가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言路)를 막는,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6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날 밤에 아마 모두들 그랬을 것처럼 저도 충격으 받았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서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에 대해서 공부했는데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45년 전 비상계엄과) 2024년 겨울 이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가 돼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도 그 모습을 지켜봤다"며 계엄 선포 당시(3일 밤과 4일 새벽) 상황 중 몇 장면을 언급했다.
그는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공권력을) 멈추려고 애를 쓰던 사람도 봤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앉으면서 제지하려는 모습도 봤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물러갈 때는 '잘 가라'고 마치 아들들한테 하듯이 그렇게 소리치는 모습도 봤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작가는 1980년대 계엄이 일어난 곳이면서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광주에 대해 "<소년이 온다>를 썼기 때문에 저에게는 중요한 장소이자 의미"라며 "<소년이 온다>를 쓰는 과정이 저를 많이 변화시켰고, <소년이 온다>는 저에게 중요한 책이기 때문에 광주가 저에게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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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는 또 <채식주의자>에 대해 "질문으로 가득찬 소설"이자 "제목에서부터 아이러니가 들어있는 소설"이라고 했다. 그는 '폭력'의 문제뿐 아니라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지,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 무엇인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우리의 신체가 우리의 최후의 피신처인가 등과 같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있지만 오해도 많이 받고 있다. 이 책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이 소설에다가 '청소년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고 이러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한 작가는 특히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도서관에서 몇 천 권의 책들이 폐기되거나 열람 제한이 됐다"며 "자꾸 이런 상황이 생기면 아마 검열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 게 좀 우려되는 게 있다"고 했다.
한 작가는 문학의 역할과 관련해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쓸 수 있는 어떤 힘이 생긴다고 생각된다"며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어릴 때부터 1년에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 권 읽고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학작품을 읽는 근육 같은 걸 기를 수 있게, 문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학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내면을 들어가 보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는 것을 반복하는 경험을 어릴 때부터 한다면 책을 읽는 독법도 더 풍요로워지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한 작가는 책을 "공동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책이란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책을 읽으면서 공존하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성숙한 태도도 갖게 된다"며 책을 "열려 있는 공동체"라고 했다.
한 작가는 '노벨상 수상자 소장품'으로 찻잔을 기증한 데 대해서는 "저에게 굉장히 친밀한 사물"이라며 집필할 때 자신의 '루틴'을 보여주는, "자신을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기자회견 마지막에 '희망'이라는 화두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게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희망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한 작가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는 '노벨 주간'의 다양한 행사에 참석한다. 오는 8일 새벽 1시(한국 시간)에는 작품 세계를 회고하는 강연이 진행되며, 11일 0시를 전후해 시상식이 열린다.
▲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표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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