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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인터뷰] 약대 출신 베테랑 애널리스트 “바이오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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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감과 기술 수출 호재 등에 힘입어 올해 꾸준히 올랐던 바이오주가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맞물려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자극 우려, 지정학 리스크 고조,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온갖 대내외 변수가 바이오주 투자자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의 특허권 소송 루머와 같은 잡음도 바이오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크고 작은 파도에 휘청이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바이오 섹터를 개인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힌트를 얻고자 최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사옥에서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대체투자분석팀 연구원을 만났다. 약대 출신인 권 연구원은 2004년부터 20년 동안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약해 온 전문가다.

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업종을 둘러싼 변동성이 당분간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너무 예민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바이오가 올해 내내 다른 업종보다 많이 오른 편이다 보니 최근 대내외 악재를 계기로 차익 실현 매물이 일부 쏟아지는 것이란 게 권 연구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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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이 11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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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훼손된 게 아니라면 투자 매력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실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잘 살피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 기술 이전할 수준이 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권 연구원은 여기서 그치지 말고 해당 기업 경영진의 협상 역량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통상 개인 투자자는 기술 수출까지만 눈여겨보는 일이 많은데, 실은 수출 이후 상업화 여부가 더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출한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글로벌 빅파마와 꾸준히 협의하고 이견을 조율할 줄 아는 경영진을 찾으라고 권 연구원은 말했다.

다음은 권 연구원과 일문일답.

─최근 제약·바이오주 흐름이 불안정하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악재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제약·바이오 시장에 일부 악재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글로벌 빅파마들은 정권과 무관하게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항상 있다. 한국 신약 개발사에 기술 수출 기회가 계속 존재할 것이란 의미다. 또 제약·바이오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산업이다 보니 금리가 안 내려가면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꼭 그렇지는 않다. 금리 수준을 무시할 순 없겠으나, 기업의 기초체력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다면 11월 중순 이후 제약·바이오 주가가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올해 주요 제약·바이오주의 주가 흐름을 보라. 다른 업종과 비교해 훨씬 많이 올랐다. 대부분 50% 이상 오른 듯하다. 회사의 적정 가치를 넘어서는 기대감이 주가에 강하게 선반영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알테오젠의 특허권 루머 등 악재성 소식마저 겹치자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많아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롤러코스터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나.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한창 성장하는 시장은 아니다.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가 특정 종목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는 작은 이벤트에도 주가가 크게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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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챗GPT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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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로선 제약·바이오 업종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 가치는 꾸준히 상승 추세에 있다. 지금의 불안함이 지나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리를 긍정적인 요인이 채워줄 것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주가가 빠진 지금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서기도 한다. 반등 시점을 정확히 맞추는 건 어렵다. 차라리 반등할 때 치고 나갈 종목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 종목을 어떻게 찾나.

“개인적으로는 올해 주가가 많이 오른 회사 주가가 내년에도 많이 오를 것 같다. 단발성 호재가 아니어서다. 예컨대 리가켐바이오나 유한양행 같은 기업은 내년에도 추가 기술 이전 계약이 예정돼 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품(FDA) 승인을 받은 신약의 출시도 내년에 예정돼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이들 기업에 돈이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는 말이다.”

─신약 개발이 주축인 회사는 기술 반환과 같은 악재에 확 무너질 수도 있지 않나.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는 그 성장 기대감에 베팅하는 업종이다. 신약 파이프라인이 없거나 복제약 중심인 종목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다. 제약·바이오에 투자한다면서 이런 기업 위주로 바구니를 채우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 방어적으로 투자한다고 해도 복제약과 신약 비중을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

─옥석을 구분할 줄 모르는 투자자가 많다. 조언해달라.

“가장 기본은 회사의 실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유망 파이프라인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글로벌 빅파마가 봤을 때 매력적인 기술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보통 빅파마에 기술 이전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다만 너무 작은 회사로 기술 수출한 사례는 경계해야 한다. 경험적으로 작은 회사로 넘어간 기술은 나중에 반환될 가능성이 높다. 될 수 있으면 빅파마로 이전한 기술 중심으로 보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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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제약·바이오 분야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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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수출 여부 정도는 개인 투자자도 잘 확인할 것 같은데.

“맞다. 그런데 그다음 단계인 상업화 가능성을 꾸준히 체크하는 투자자가 적다. 기술 수출도 돈이 되지만, 진짜 큰돈이 들어오는 건 그 기술이 실제 판매로 이어질 때다. 바이오텍 입장에선 상업화에 성공해야만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판매 로열티를 모두 챙기면서 큰돈을 벌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선 기술 이전 뉴스를 보고 해당 종목에 들어가는 투자자만 많고 이후 상황을 계속 추적하는 투자자는 적은 듯하다.”

─상업화 가능성을 어떻게 따져야 할까.

“이 부분은 경영진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정 기업을 언급할 순 없지만, 그간 빅파마에 기술을 수출하고 상업화에는 실패한 기업을 보면 경영진이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수출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해당 빅파마와 계속 접촉하면서 (그쪽에서) 궁금해하거나 요구하는 부분을 실시간 해결해줘야 한다. 상업화 단계에 갈 때까지 말이다. 의외로 기술만 이전해 놓고 나 몰라라 버려두다가 뒤통수 맞는 경영진이 많다.”

─경영진 능력을 판단할 방법이 있나.

“사실 개인이 이 부분을 직접 판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나오는 경영진 이력은 다들 화려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부지런해야 한다. 경영진과 만날 수 있는 IR 같은 행사에 참석해 그들이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듣고 질문해야 한다. 경영진과 만날 일이 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기업 분석 보고서도 꼼꼼히 읽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바이오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해 당신이 할 일을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국내 신약 바이오텍 중 경영진 역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있나.

“개인적으로 리가켐바이오 경영진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신약 개발과 향후 스텝에 관한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는 바이오텍 중 하나라고 본다. 알테오젠도 대표이사 개인 역량이 뛰어난 회사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정체불명의 텔레그램 채널이 쏟아내는 루머를 그대로 믿고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그보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리포트가 훨씬 객관적이고 정확하다고 믿는다. 증권사는 시가총액이 너무 작거나 역량 자체가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는다. 종목 투자를 원한다면 주요 증권사가 커버하는 기업인지 확인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기업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김정은 기자(xbooklead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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