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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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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까지 덮쳤다… 韓美 증시 수익률 격차 23년 만에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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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일로 돌아가 코스피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각각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샀다면 얼마가 됐을까. 코스피지수 ETF 투자자는 7만원 이상 잃었고, S&P500지수 ETF 투자자는 40만원쯤 벌었다.


코스피지수와 S&P500지수의 연중 상승·하락률 격차가 20여년 만에 가장 많이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비상계엄 사태까지 덮쳤다. 원화 약세로 동학개미(국내 주식 개인 투자자)와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의 희비가 더 크게 엇갈리고 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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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는 6일 2428.16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8.21% 하락했다. S&P500지수는 최고의 1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신고가를 56번 갈아치우며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S&P500지수의 연중 상승률이 28.36%다.

코스닥지수와 S&P500지수 간 상승·하락률 차이는 36.6%포인트다. 독립리서치 플루토리서치(Pluto Research)에 따르면 두 지수의 격차가 이처럼 벌어진 것은 ‘IT 버블’이 터졌던 2000년 40.8%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코스피지수와 S&P500지수의 격차는 2.2% 포인트에 그쳤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S&P500지수 연중 상승률을 웃돈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속에서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S&P500지수 상승률보다 14.5%포인트 더 높았다.

한국이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올해 코스피지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한국의 2025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한달 만에 0.2%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도 2025년 경제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부진한 코스피지수를 더 짓눌렀다.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3거래일 동안 60조원가량 증발하면서 2000조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급등했다. 연초 1289.4원에서 이날 현재 1415원까지 10% 이상 뛰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에 비상계엄이라는 돌발 변수까지 터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원화자산을 보유한 동학개미와 달러자산을 보유한 서학개미의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졌다.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 등을 고려할 때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이고,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다만 탄핵정국에 돌입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식이 당장 싸다고 사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당분간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우세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지수가 비상계엄 사태까지 반영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통화정책 우려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0월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Valuation·평가 가치) 저점”이라며 “코스피지수로 환상하면 2340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등 불확실성에 따른 여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계엄령 이상의 심리적 충격이 유입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12일 ‘쿼드러플 위칭데이(주가지수 선물·옵션, 개별주식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분위기 반전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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