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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美 국무 부장관 “尹, 심한 오판”… NYT “韓·美·日 협력 우려” [비상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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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일 고강도 발언

캠벨 “불법적” 간접화법으로 비판

“몇달간 도전적 상황… 해결 믿어”

백악관 “韓 민주주의 견고·회복력

계속 소통하며 공개 목소리 낼 것”

NYT “美·日관료, 尹 행동에 충격

트럼프 변수 더해 불확실성 고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고위 외교당국자가 동맹국인 한국 정상의 결정에 이 같은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일보

관심 집중 미국 국무부 2인자 커트 캠벨 부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평하는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잇달아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달 16일 열린 제14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 참석한 캠벨 부장관. 버지니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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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아스펜전략포럼이 개최한 포럼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캠벨 부장관은 “사람들이 나와서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illegitimate) 과정임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우리가 여기서 일부 위안과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불법’이라는 표현을 자신의 판단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들의 판단을 간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계엄과 관련해 부정적 인식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동맹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의 국내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인 만큼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언급이 나오고 있다.

캠벨 부장관은 “앞으로 몇 달간 한국은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동맹(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한국인)과 함께할 것”이라며 “그들이 자신들 수단과 메커니즘을 통해 이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의 국방산업 기반을 주제로 연설한 뒤 참석자로부터 한국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견고하고 회복력이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국의 대화 상대방과 사적으로 소통하며 그 중요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세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TV를 통해 발표를 알게 됐다”며 “(계엄 선포가) 우리의 깊은 우려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한국의 민주제도가 적절히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모두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언급을 내놨다. 하지만 동맹 협력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의 전환과 맞물려 이번 사태가 한·미 동맹 혹은 한·미·일 협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최대 치적으로 평가해왔다.

세계일보

4일(현지시간) 한국 계엄 사태를 1면에 실은 미국 주요 신문들이 버지니아주 한 마트 가판대에 진열돼 있다. 버지니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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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윤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 혼란이 한·미·일 3자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은 윤 대통령이 왜 그런 충격적인 권위주의적 움직임을 보였는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를 밀어붙여 한·일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한·미·일 협력 구도 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계엄령 사태 이전에도 한·미·일 협력은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재선출 및 소수 여당 체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었지만, 이번 사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외교부에 있을 때 겪어 본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비롯해 미국 사회는 대한민국에 대해 ‘미국이 민주주의를 심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 국가’라고 생각하더라”며 “동맹으로서 한국은 그러한 신뢰성을 높게 평가받아왔는데, 비상계엄 사태로 현 정부에 대한 의구심이 너무나 높아진 것이 실감됐다”고 말했다.

CNN은 북·중·러 지도자들이 한국 상황을 주시하면서 미국의 주요 세력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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