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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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두 거물의 경쟁은 단순한 기술적 논쟁을 넘어,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권력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설립 당시의 비영리 취지를 저버리고 영리화에 나섰다며 소송 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트먼은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을 통한 견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 올트먼 “머스크는 어린시절 영웅, 옳은 선택 할 것”
올트먼은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재즈 앳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타임스(NYT) 딜북 서밋에서 머스크를 겨냥해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해치는 것은 매우 비(非) 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긴밀한 관계를 활용해 오픈AI를 압박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며, 머스크의 행보를 견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머스크는 내게 어린 시절의 영웅이었다”면서 “여전히 그가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올트먼은 같은 자리에서 오픈AI는 앞으로 12개월 내 더욱 강력한 기술을 출시하며 AGI(인공일반지능)를 몇 년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AGI란 인간처럼 다양한 지적 과제를 수행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범용 AI다. 올트먼은 “AGI는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고 더 나은 생산성을 제공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일축했다.
◇ 머스크·샘 올트먼, 한 때 동료에서 원수로
한때 동료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2018년 오픈AI 이사회에서 머스크가 물러나며 균열이 생겼다. 머스크는 오픈AI 초창기 펀드 제공자였는데, 본인이 원하던 그림으로 오픈AI가 가지 않으면서 올트먼에게 감정적으로 큰 불만을 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픈AI가 영리법인 형태로 일부분 전환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강화하자, 머스크는 이를 “설립 취지와 배치되는 배신”이라고 비판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머스크는 현재 미국 연방법원에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는 오픈AI와 MS가 AI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의 챗봇 ‘그록(Grok)’을 지난해 공개하며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한 상태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약 1억3000만달러(약 1838억9800만원)를 기부한 그는 트럼프와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AI 규제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오픈AI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머스크는 AI 기술의 빠른 발전이 통제되지 않으면 문명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상황이다.
오픈AI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로 기업 가치를 1570억달러(약 222조1864억원)까지 끌어올렸지만, 영리화 전환 과정에서 내부 갈등과 외부 압박에 직면해 있다. 최근 오픈AI의 CTO(최고기술책임자)와 창립 멤버들이 경영 방향을 두고 이탈한 점도 이 같은 내홍을 보여준다.
◇ “어느 한 쪽이 시장 주도하기 어려울 것”
전문가들은 AI 생태계에서 두 거물의 대립이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기술 발전과 윤리적 책임, 정치적 권력이 결합된 복합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이들의 행보가 AI 기술과 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가져가려는 이권 싸움에 가깝다”며 “머스크의 비전은 화성 개발과 같은 목표를 중심으로 하는데 오픈AI는 AGI를 목표로 해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두 사람 모두 미국에 필요한 인물인 만큼 어느 한 쪽이 당장 AI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명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 소장(서울여대 교수)은 “근본적으로 머스크는 AI에 대한 통제를 우선시하고, 올트먼은 발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돌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었다”며 “머스크의 권력에 오픈AI가 약간 위축될 수 있지만 미국은 기업 자율 규제를 선호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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