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계엄군, 명령 받았지만 실탄 대신 '모사탄' 장착
물리력 최소한 사용…"시대가 시대, 군인도 계엄 납득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요구에 따라 해제한 가운데 최정예 부대로 구성된 계엄군의 어색한 작전 수행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대다수 총에 실탄 대신 모사탄을 장착했고, 움직임도 이들이 가진 것으로 알려진 능력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군 안팎에선 명령은 안 따를 순 없고 계엄 상황은 납득할 수 없는 군인들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 선포를 주도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대장)은 내란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몰렸다.
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장악을 시도한 계엄군 280여명은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제1공수특전여단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35특수임무대대 등의 최정예 부대원으로 파악됐다. 특전사 공수여단과 수방사 특임대는 각각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서울 관악구 남태령에 위치해 비상 계엄 선포 직후 헬기와 차량을 통해 국회로 급파될 수 있었다.
이들 부대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전쟁이나 테러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투입된다. 취재진이 촬영한 계엄군의 사진과 동영상에는 특전사 부대 마크와 디지털 무늬가 포착됐다. 검은색 전투복은 특전사 최정예 부대인 707부대의 특징이다. 사진에는 특임대 전투복도 식별됐다. 특임대는 서울에서 테러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해 대테러 작전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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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대신 모사탄 장착"…심적 부담 느낀 최정예 부대원들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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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 11시48분쯤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장악을 시도한 계엄군 280여명은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제1공수특전여단과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35특수임무대대 등의 최정예 부대원들로 파악됐다. 사진 속 총기는 K1 소총 몸체에 개머리판, 총열 덮개를 개량한 모습이 눈에 띈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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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3분쯤 비상 계엄을 선포했고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이날 밤 11시부로 국회의 정치활동과 출판·언론 등을 통제하는 포고령을 내렸다. 계엄군도 11시48분쯤부터 헬기와 차량 등을 통해 국회에 들어섰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2층 사무실 유리를 깨고 내부로 진입했다.
폭력적 행위도 있었지만 계엄군은 최정예 부대원들 답지 않은 움직임 등도 보였다. 계엄군은 물건을 들고 천천히 국회로 걸어가거나 정해진 위치에서 경계를 서며 먼 산을 바라보는 모습도 드러냈다. 또 취재진이 촬영한 거의 모든 사진에 실탄이 아닌 모사탄이 장착됐다. 계엄군이 장착한 총기는 K1과 KAC KS1, 돌격소총으로 불리는 FN SCAR 등으로 파악됐다.
육군 예비역 출신의 한 군사 전문가는 "계엄군의 총기 사진 여러장을 분석해보면 실탄 탄창은 아니고 훈련 때 쓰는 시뮤니션탄(모사탄)과 거기에 맞춰 쓰는 시뮤니션용 노리쇠 뭉치가 결합돼 있다"며 "모사탄은 사람이 맞아봐야 피멍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문가는 "탄창이 결합되지 않은 총기는 전부 K1인데 이건 시뮤니션탄 자체가 없다"면서 "그래서 탄창을 꽂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인으로서 합법적 명령을 안 따를 순 없고 계엄 상황은 이상하게 느껴지는 모순적인 모습들"이라고 평가했다.
육군 전 특전사령관은 "우리 군인들이 명령을 받고 심적 부담도 일부 있었겠지만 성숙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육군의 한 소령급 작전장교는 "시대가 시대인 만큼 계엄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군인들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어느 군인이 투입됐다고 하더라도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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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용현·박안수 내란죄 고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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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38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왼쪽)과 육사 46기인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현 육군참모총장·대장)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내란죄로 고발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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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상 계엄 선포는 김용현 장관 등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과 이를 건의하거나 실행에 옮긴 김 장관과 박안수 사령관 등을 내란죄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았다. 당시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실무작업을 맡았다.
같은해 5월부턴 첫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임명돼 2년 넘게 윤 대통령의 경호를 총괄했다. 경호처장 재임 시기 민주당 등 야권으로부터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행위) 등을 통해 '대통령 심기 경호'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김 장관을 국방장관으로 내정했다. 당시 야권은 김 장관이 경호처장 재직 시절 공관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중장)을 비롯해 육군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이 모여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장관은 지난 9월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등 야권의 각종 의혹 제기에 "그렇지 않다", "사실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냐"며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도 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대장은 육군사관학교 46기로 김 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육사 38기로 8기수 선배다. 계엄법 제5조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국방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 사령관은 2022년부터 2년 간 국군의날 행사기획단장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며 현 정부의 국정 기조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40년 만에 2년 연속 진행하고 모두 참석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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