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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주택공급’ 정책 일정 등 줄줄이 취소…“대통령이 공직사회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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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브리핑을 마치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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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요.”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요.”



한밤에 이뤄진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후폭풍으로 세종시 관가는 온종일 뒤숭숭했다. 장관 일정은 줄줄이 취소되고,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일할 의욕을 잃었다고 말한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따른 ‘조기 레임덕’으로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와 복지부동이 우려되던 상황에서 계엄 사태가 탄핵 국면으로 흘러가자, 대통령 스스로가 공직 사회를 멈추게 했다는 평가가 관가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 부처는 장관 주재 회의와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이날 아침 8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이날 새벽 1시께 전격 취소됐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려던 회의였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주택 공급 실적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했다. 각각 민생 경기와 서민 주거 안정과 밀접한 주요 정부 정책인데, 주요 장관들이 계엄 사태 뒷수습에 나선 탓에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주요 전망 기관들이 잇따라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으며 저성장-저물가 위험이 높아졌다고 경고하는 터다.



밤늦게까지 뉴스를 지켜보다 출근한 일선 공무원들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어젯밤 뉴스를 보고 간첩이라도 확인한 줄 알았는데 세 시간 만에 사태가 끝나 더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정된 해외 출장은 가도 될지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한 과장은 “복무 점검 잘 이행하라는 것 외에 특별한 지침은 없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5일 세계은행(WB)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대외행사가 예정돼 있는 기재부 쪽은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한 사전 설명을 요구받고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내부에선 국정 과제 등 주요 정책은 사실상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대통령실에 보고하기로 돼 있던 것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보고할 분위기도 아니다”라며 “부처가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 외에는 진도가 안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부처 고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박근혜 정권 때보다 탄핵 시계가 더 빨라질 것 같다”며 “당장은 상황을 주시하며 공무원들이 몸조심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 대통령이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정부의 경제 운용 전략과 정책이 담기는 ‘2025 경제정책방향’은 애초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발표 주요 내용은 마련됐지만 국정 동력이 크게 훼손된 터라 발표된 정책이 이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계엄 사태 여파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동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와 체코 신규 원전 수출에 차질이 생길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맡은 사업을 흔들림 없이 하겠다고 말하지만, 이전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추진 사업들이 줄줄이 멈췄고, 윤 정권 취임 초기 전 정권의 국정 과제(노후 원전 폐쇄 등) 책임자를 처벌했던 경험에 비춰 야당 비판을 받는 주요 업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부처에 소속된 집행기관의 핵심 간부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 업무에만 집중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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