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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통치력 저버린 尹은 식물 대통령, 참모도 각료도 모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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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덕수(앞줄 가운데)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로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가운데 긴급 소집된 회의를 마친 후 최상목(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및 국무위원들과 국무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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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통치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과 내각의 부처 장관들까지 모조리 잃는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사태를 수습할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해 수습에 나선 한덕수 총리와 국민의힘 지도부의 결단, 이에 따른 윤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4일 새벽 해제한 윤 대통령은 날이 밝자 모습을 감췄다. 그사이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신원식 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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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가운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신원식(오른쪽) 안보실장, 성태윤(왼쪽) 정책실장의 모습.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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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은 어느 때보다 침울한 분위기다. 정 실장 주재로 열린 오전 8시 수석비서관회의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정 실장은 “일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자”는 취지로 참모들에게 말했고, 핵심 참모 전원의 지체 없는 사의 표명으로 이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가 남긴 했지만, 과거와 달리 이번 사의 표명은 무게감이 적지 않고 어느 때보다 참모들의 사퇴 의지가 더 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참모 대부분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참담한 심경이 무척 크다고 한다.

총선 패배, 지지율 하락 등 여러 위기 속에서 참모들의 인적 쇄신 요구가 고조됐지만 이번 참모들의 집단 사의는 심각성이 다르다. 그 자체로 윤 대통령의 권력 누수, 통치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레임덕 위기 속에서도 대통령실은 경제 침체 회복, 양극화 타개, 내수 진작, 트럼프 2기 정부 정밀 대응 등의 목표를 정해 왕성하게 추진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함께 국가 대내외 정책을 책임진 3실장과 수석급 참모들이 윤 대통령의 잘못된 결단으로 물러나려 하면서 모든 동력이 상실될 처지다. 내각 총사퇴에 부처 장관들도 동참하면서 위기감이 가중됐다. 그런데도 후속 인선은 기약이 없다. 비상계엄 사태 직전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산안, 민생, 트럼프 2기 출범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연말 내 인사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고심했을 정도로 인사 속도가 더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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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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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모든 이슈를 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윤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르면 6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표면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결사 반대 입장이지만, 당내 소신파와 한동훈 대표 측 인사들의 입장에 따라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에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뿐만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이라는 악수를 두긴 했지만 야당과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이기 때문에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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