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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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시내 곳곳에서는 전날 밤 발생한 비상계엄령 ‘소동’ 여파가 감지됐다. 출근길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이었지만, 시민들은 난데없는 계엄령 선포로 혼란스러웠던 감정을 쉽게 떨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5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서울교통공사 1·3노조가 예고한 6일 파업 시계도 돌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뒤숭숭한 하루를 보냈다.
전날 밤 경찰 통제로 긴장감이 감돌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은 이날 오전 ‘평온’을 되찾은 듯 보였다. 경찰 인력이 대통령실 인근 곳곳에 배치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통행 사유를 묻거나 대통령실 방향 진입을 막기는 했으나, 집회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대통령실 인근 상인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실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전날 밤에 일찍 잠들어서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일어나서 기사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그래도 출근길에 평상시처럼 특별한 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왔다”고 말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60대 시민은 “개인적으로 10·26 사태도 경험해봤는데, 그때와 달리 공수부대가 들어오는 등 위협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이 야당을 겁주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집회를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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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전날의 계엄 사태에 대해 ‘명분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30대 직장인 안효준 씨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조차 어려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상계엄으로 항공 운항이 차질을 빚게 돼 사업에 타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시민도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의류업을 하는 30대 가기현 씨는 “중국 상인들이 ‘큰 손’ 역할을 해야 하는데 비상계엄으로 중국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 장사가 어려워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 전국민 비상행동’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30대 이민지 씨는 “밤 10시가 넘어서 기습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민생을 위하는 자세가 있는지 의심된다”며 “점점 팍팍해지는 민생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을 벌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군과 시민, 국회 관계자 등이 대치했던 국회 앞에는 시민들이 모여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정문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경찰이 통제하는 대신 보도 위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서울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탑승장이 퇴근길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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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파업’ 예고는 시민들의 불안을 더 부채질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는 5일 서울 곳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날 비상계엄 선포로 노사 교섭보다 정권퇴진 시위에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앞서 철도노조는 “최근 노사가 노조 요구사항을 놓고 여러 차례 교섭했지만 견해차가 매우 큰 상황이지만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했다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총파업을 암시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도 예고돼 있다. 2노조인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2노조)의 파업 안건이 4일 부결된 가운데 1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6일 파업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호연 1노조 선전홍보국장은 “우리 노조는 계엄령 선포로 파업 일정을 연기한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5일 교섭이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결렬될 경우 예정대로 6일 파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다만 ‘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3노조)는 파업 연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송시영 3노조 위원장은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6일 파업을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 돌아가는 정세를 고려해 파업을 아예 연기하는 방안을 두고 사측과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예정대로 교섭을 진행하지만, 설사 교섭이 결렬된다고 해도 파업은 연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송 위원장은 “협의 중이라 정해진 건 없는데 민주노총이 정권퇴진운동을 공식화해버렸기 때문에 우리 파업 명분이 이상해진다”면서 “정치 파업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30대 직장인 이경진 씨는 “추운 겨울 지하철 파업으로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넘어온다”며 “가뜩이나 계엄령 소동으로 어수선한데 파업까지 예고돼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투데이/김서영 기자 (0jung2@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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