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YTN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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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무회의록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서는 4일 오후 6시 현재 회의록을 게시하지 않은 상태다.
조선비즈가 정부 부처 20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국무위원 중 계엄 발령을 위한 사전 국무회의 참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람은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치안을 담당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4명이다.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계엄령 선포 전 사전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를 포함하면 계엄 심의 국무회의에는 일단 7명은 참석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를 건의했지만,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다수는 강하게 반대했다고 여권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뜻을 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저녁까지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11명의 국무위원이 모였는지는 아직까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국무위원 중 4명이 더 참석하지 않았다면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없다. 만약 윤 대통령이 정족수를 채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면 절차 위반과 직권 남용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4일 법제처에 따르면 계엄법 제2조 5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무회의 규정 제6조(의사정족수 및 의결정족수 등)는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계엄 선포는 의결 사항은 아니고 심의 사항이다.
국무위 구성원은 위원장인 대통령과 부위원장인 국무총리, 그리고 19개 부처의 장관이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장관이 공석이어서 차관이 대참하고 있다. 다만 차관은 의결권이 없다. 국무회의가 개의하려면 대통령을 포함 21명의 국무위원 중 최소 11명이 참석을 해야 한다. 의결권이 없는 차관의 대리 참석은 정족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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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 중 7명은 비상계엄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형 해양수산부, 김완섭 환경부, 김문수 고용노동부,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불참했다고 밝혔다. 장관이 공석인 여성가족부의 신영숙 차관도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이날 저녁 사전 국무회의는 참석하지 않고,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국무회의에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들을 제외한 6명의 국무위원은 참석 여부 자체의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조태열 외교부, 김영호 통일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오영주 장관은 계엄 해제를 의결하기 위한 사후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사전 심의 국무회의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던 부처들은 오후가 되면서 하나둘씩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후 나오면서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다 “죄송하다. 제가 회의 주최자가 아니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후 복지부는 “장관은 3일 사전(국무)회의에는 참석했고, 4일 사후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국토부도 박상우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다, 정오쯤 “계엄령 선포 관련 국무회의는 불참, 해제 관련 국무회의는 참석했다”고 알려왔다.
과기부도 유상임 장관의 참석 여부에 대해 오전까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지키다, 오후 2시 25분쯤 “유 장관은 계엄 전 회의는 불참했고,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는 참석했다”고 밝혔다. 유인촌 장관도 저녁이 되서야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확인해줬다.
하지만 이날 저녁까지도 상당수의 부처들이 장관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선언 자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석과 불참 모두 추가적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외교·안보 핵심 부처인 통일부의 김영호 장관과 외교부의 조태열 장관도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두 부처는 공식적으로는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무회의 회의록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의정담당관실은 이날 종일 취재를 피했다. 행안부 의정담당관은 국무회의와 차관회의 회의록을 작성·공개하는 업무를 맡는다. 행안부 정보공개 페이지엔 현재 지난달 19일 열린 2024년도 49회 국무회의 회의록까지 올라와 있다. 회의록에는 참석자 및 대참자 명단, 배석자 참석 여부를 포함해 주요 논의 내용이 들어간다.
참석자 및 회의록 작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의정담당관(과장급)을 비롯해, 담당 주무관에게 십수회 유선 취재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국무회의 간사인 김한수 행정안전부 의정관(국장급)은 아예 전화를 ‘부재중’으로 돌려놓았다.
세종=윤희훈 기자(yhh22@chosunbiz.com);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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