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대통령의 탈당이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후 역대 대통령들은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임기 중 탈당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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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공개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탈당 요구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전날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자진 탈당을 요구한 것이다.
여당은 ‘대통령 탈당 요구’ 관련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둘러싼 당 안팎 갈등이 벌써 분출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21명은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탈당을 거부할 경우 “대통령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출당 조치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여당이 대통령 탈당 요구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경우 전·현직 대통령의 탈당사(史)가 되풀이될 전망이다.
지난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실시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임기 중 탈당했다. 대부분은 임기 말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측근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소속 정당을 떠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9월18일 민주자유당을 탈당했다. 차기 대선을 석 달 앞둔 시기였다. 당시 민자당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권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임기 내 탈당한 첫 사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기 대선 직전인 1997년 11월7일 탈당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사태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고, 아들 현철씨가 ‘한보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당에서 탈당 압력이 거셌다. 차기 대선 후보였던 이회장 전 총재가 직접 김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최규선 게이트’ 등 세 아들의 비리 연루에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임기 말인 2022년 5월 6일 자신이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을 자진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를 1년여 앞둔 2007년 2월 2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내 갈등이 극심해졌고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당이 탈당을 압박하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진 탈당이 아닌 사실상 출당됐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2017년 10월 20일 강제출당 조치를 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탈당 없이 임기를 마쳤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 뜻을 모을지 관심이 쏠린다. 계엄령 선포 후폭풍을 수습할 카드로 꼽히지만, 대통령이 탈당할 경우 여권 균열이 커져 국정 동력을 상실하고 위기 수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숙현 기자(cosmo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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