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무장’ 계엄군, 보좌진이 막자 창문 진입
75분간 대치, 몸싸움도…본회의장 진입 못해
여야 의원들 “회의 빨리 진행하라” 아수라장
해제안 가결되자 ‘윤석열 탄핵하라’ 구호 제창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인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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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국회에는 총기로 무장한 특수부대원이 난입했다. 4일 자정부터 약 75분간 이어진 대치 속 국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특수부대원 등 계엄군은 문 대신 창문을 깨고 국회로 진입을 시도했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찰에 의해 국회는 폐쇄됐다. 일부 국회의원 뿐 아니라 취재진, 보좌진까지 출입이 금지됐다. “경찰이 국회를 폐쇄할 수 없다”며 항의하는 이들과 경찰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오전 12시 20분께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본청 출입문도 모두 막혔다.
자정께 국회 앞 상공에는 헬기 여러 대가 등장했다. 헬기에서 내린 계엄군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계엄군은 방탄모와 마스크, 방탄조끼 등을 착용했으며 총기로 무장한 상태였다. 이들에게 실탄이 지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 본청 앞 의자로 바리케이트를 쌓은 모습 신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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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은 본청 2층 정문 진입을 시도했으나 야당 보좌진, 당직자들이 저지하자 들어오지 못했다. 계엄군은 이후 다른 출입문을 통해 진입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는 “공수부대가 국회 (본청 1층) 후문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후문 방어를 위해 일부 보좌진들께서는 지금 즉시 본청 후문으로 와주시기를 바란다”고 긴급 공지를 내렸다. 이들은 “남자 보좌진들은 내려가 달라”, “(국회 본청이) 뚫리기 직전이다”라고 외치며 나무 문짝, 책상, 사무실 의자 등을 쌓으며 출입문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12시 38분께 계엄군은 2층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유리창문을 깨고 본청에 진입했다. 국회 직원과 보좌진들은 “국민의힘 쪽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막아야 한다”고 소리치며 소화기와 책상을 들고 방어진을 쳤다. 국민의힘 당대표실, 민주당 당대표실, 로텐더홀에도 소파와 책상 등을 쌓아 ‘바리케이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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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나서야 계엄군은 본청에서 철수했다. 본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의원들은 “보좌진들이 지금 몸으로 (계엄군을) 막고 있다”, “계엄하면 안된다”, “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박정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빨리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재촉했다. 결의안은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서는 108명 의원 중 17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장동혁, 박정하, 서범수, 한지아, 정성국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 친한(한동훈)계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표결에 불참했다.
양당 대표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강력 규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결의안 가결 직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계엄 선포는 실질적으로 있어야 할 상식의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계엄령에 근거해 군경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라며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것에 대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국민들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계엄 선포에 기반한 대통령의 모든 명령은 위헌, 무효, 불법”이라며 “상사의 불법적, 위헌적 명령을 따르는 행위조차 공범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국군장병 여러분, 그리고 경찰 여러분은 본연의 자리로 신속하게 복귀하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정문에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일부 시민들과 경찰 간 팽팽한 대치가 벌어졌다. 국회 담을 넘으려는 일부 시민들에 대한 물리적 제압도 이뤄졌다. “지금이 2024년이 맞느냐. 박정희 유신 시대인 줄 아느냐”는 등 항의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일제히 제창했고 진보당 지지자들은 2m가 넘는 긴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계엄군은 1시 30분께 국회5·6문을 통해 본격 철수를 시작했다. 시민들이 길을 터주면서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부 시민은 계엄군을 바라보며 애국가를 불렀다. 신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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